체면 구긴 北, 남은 건 ‘핵실험’뿐인데… 노동당 대회 앞두고 ‘외통수’ 어떤 선택?

입력 2016-04-25 21:52

다음달 초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둔 북한이 진퇴양난에 처했다. 이수용 외무상을 미국 뉴욕 유엔본부로 보내 막판 외교전을 펼쳤지만 소득은 없었다. 당 대회 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 노동자들을 무리해서 압박하다 곳곳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안팎으로 체면을 구긴 북한이 상황 반전용으로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막상 고강도 제재 등 ‘후환’이 두려워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이 외무상은 24일(현지시간) 별다른 외교적 성과 없이 뉴욕을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출국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하지 않으면 핵실험도 하지 않겠다”고 제안했으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단칼에 거절했다. 정부 소식통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외무상이 외교적 고립을 돌파해 보려다 여의치 않자 5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만 쌓았다”고 말했다.

무리한 당 대회 준비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노동자를 송출한 중국 회사에 6개월분 임금을 선납 받았다고 보도했다. 외화를 가불받아 징수할 정도로 자금 부족이 심해졌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통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액까지 모조리 징수한 탓에 원성이 자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선 경제난과 사기 저하 등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의 경제축이 무너진 가운데 이제 북한에 남은 타개책은 핵실험뿐이다. 북한은 이미 태양절에 ‘무수단 미사일’을, 인민군 창건일 직전에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려 예열을 마쳤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추가 핵실험을)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상태로 본다”고 답했다.

다만 북한이 정말 ‘스위치’를 누를까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은 지난 1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 용어를 완전히 배제한 신년사를 발표하는 ‘기만책’을 쓴 뒤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조만간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며 언어적, 군사적 긴장 수위를 꾸준히 높여가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림수를 갖고 ‘핵 카드’를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당 대회 직후 초고강도 대북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다면 일부 남아 있던 (제재 미포함) 분야도 심도 있는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북한에 치명적인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등 추가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을 시사했다. 이는 체제 유지가 급선무인 북한의 퇴로를 막는 외통수가 될 수 있어 실제 핵실험을 단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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