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反난민 바람, 첫 극우파 대통령 만들까

입력 2016-04-25 21:44

최근 중남미를 휩쓴 ‘우파 바람’이 유럽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페루 같은 중남미 국가에선 경제 위기 때문에 우파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밀려드는 난민과 반(反)유럽연합(EU) 정서가 반영되면서 우파가 득세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반난민 목소리를 키운 극우파 자유당 노르베르트 호퍼(45·사진) 후보가 36%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다음달 22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2위는 20%를 득표한 무소속 알렉산더 반데어벨렌(72) 후보가 차지해 두 사람이 결선을 치르게 됐다.

의원내각제의 오스트리아에서 임기 6년의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총리와 각료에 대한 형식적 임명, 의회해산 명령, 군 통수권 등 제한된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1945년 이후 역대 대통령은 모두 중도좌파 또는 중도우파가 차지했기에 극우파의 대선 승리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결선투표에 제1당과 제2당 후보가 모두 배제된 것도 처음이다. 현재 집권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 루돌프 훈트슈토르퍼 후보와 중도우파인 국민당 안드레아스 콜 후보는 각각 11% 득표에 그쳤다.

BBC는 이 결과를 “난민 우호 정책에 대한 반감, 양당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집권 연정의 난민수용 정책이 심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당수는 “유럽인 사이에 난민에 우호적인 EU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는 증거”라며 “자유당과 국민전선이 그동안 유럽의회에서 협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세르비아에서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는 친EU 성향의 알렉산다르 부시치(46) 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세르비아진보당(SNS)이 승리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반EU 노선을 표방한 극우정당 세르비아급진당이 8%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한 점이 더 눈길을 끈다. 기존에 의석이 없던 세르비아급진당은 의회 진입에 성공했고, 제도권 안에서 반EU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당을 이끄는 보이슬라브 셰셸(61)은 최근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반인도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다 무죄 선고를 받은 인물이다. 친러시아 성향의 그는 노골적으로 EU를 ‘적’이라고 표방해 세르비아의 EU 가입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