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3총선 참패 후 2주가 다 되도록 중심을 못 잡고 표류하고 있다. 상임고문단, 중진 의원 회동이 잇따라 열렸지만 당의 진로는커녕 이렇다할 수습 방안조차 내놓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마음은 콩밭에…눈치보다 끝난 중진회동=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중진 오찬 모임을 주재했다. 지난 21일 전직 국회의장과 당대표 등으로 구성된 고문단을 초청해 한바탕 쓴소리를 들은 뒤 마련한 자리였다. 20대 국회에서 당의 중추 역할을 할 4선 이상 당선인 1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선거 후 외부 활동을 자제했던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원내대표 후보군인 나경원 유기준 홍문종 의원, 충청 출신의 정진석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최대 관심은 원내대표 후보 간 교통정리였다. 당내 경선에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지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물밑에선 너도나도 출마하겠다고 하는 등 이미 과열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모임에선 26일 당선인 워크숍 출석률은 어떻게 되는지, 중진들은 참석하는지 등 시시콜콜한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진들이 각자 원내대표니 국회부의장이니 이런 데만 생각이 몰입돼 있어 서로 눈치만 보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또 “당선인 워크숍 일정도 평상시 프로그램 그대로”라며 “말로는 위기라고 하는데 뭘 어떻게 쇄신해야 하는지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원내대표 출마 예정자들은 모두 입을 다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참석자는 “원내대표 추대는 어렵고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당선인 워크숍에선 최다선(8선)이 된 서청원 의원과 김성원(지역구 최연소) 신보라(비례대표 최연소) 당선인이 대표로 반성문을 읽기로 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원내대표·비대위원장 분리 가닥=중진 회동에선 새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원내대표는 19대 국회를 마무리하고 20대 개원 준비도 해야 하는데 비대위원장까지 맡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비대위원장으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강창희 김형오 전 국회의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이 거론됐다. 외부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면 전당대회는 당초 예정됐던 6월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몇몇 의원들은 한두 달 짧은 기간 비대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인사가 있겠느냐는 이유를 들어 원내대표가 겸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원내대표 역할론과 전당대회 시기는 차기 당대표 선출과 직결돼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전당대회를 늦추는 데 부정적이다. 총선 참패 책임론이 희석돼 친박(친박근혜)이 다시 나설 수 있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친박계는 비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겸해 무게중심이 쏠리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원로·중진 잇단 회동에도… 중심 못 잡는 새누리
입력 2016-04-25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