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혁신 그룹이 진보 정치학자인 고려대 최장집(73·사진) 명예교수를 초청해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최 교수는 박근혜정부를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집행부 중심 체제’라며 맹렬히 비판했다.
최 교수는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혁신모임 주최로 열린 ‘2016 민의에 응답하라’ 토론회 강연 자리에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당헌·당규는 정책 편의를 위해 무시됐다”며 “여당 내에서의 기본적인 규칙들은 노골적으로 무시되고 누적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이 임기 말 자신의 세력을 확대·유지하기 위해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규범에 어긋난다”며 “(당이) 민주주의 규범을 무시하는 태도 때문에 거꾸로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의 권력과 정치가 대통령 비서실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건 민주주의 체제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현 정부에서는 (삼권분립) 원리가 공공연하게 무시되면서 사실상 대통령을 정점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체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무엇보다 비판하고 싶은 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윤리”라고도 했다. 이어 “이명박정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주의는 후퇴해 왔다”며 “이번 총선 결과는 한국 보수가 안주할 수 없게 하는 유권자들의 평결로, 한국 민주주의를 되돌아볼 기회”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정부·여당이 주도한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강력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범인 체포율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며, 이슬람 권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개인의 시민권을 제한할 강력한 법을 제정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보편적 인권을 확립하는 게 최고의 안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보수가 아무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새혁모 황영철 하태경 오신환 박인숙 이학재 김영우 의원과 비박(비박근혜) 중진 나경원 정병국 심재철, 친박(친박근혜) 중진 이주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최장집 “朴 대통령 과도한 영향력, 민주주의 위배”
입력 2016-04-25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