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자율협약안 반려 안팎… ‘고통 없인 회생 없다’ 강경 메시지

입력 2016-04-25 18:00 수정 2016-04-25 21:23



한진해운이 25일 주채권은행에 자율협약을 공식 신청한 가운데 채권단 안팎에서 한진그룹 대주주 일가에 강한 불신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 제출한 구조조정 방안보다 더 강력한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상적인 구조조정 돌입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자율협약 어떤 내용이기에?=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지난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한 결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자율협약 대책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개최하면서도 채권단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말을 지내고 25일 제출한 신청서에도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알맹이가 빠졌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러잖아도 한진해운 경영진에 불신이 쌓여 있었는데 정상화 추진 방안에도 사재 출연 내용이 없는 등 성의가 보이지 않았다”며 “사재 출연이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직원과 채권단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먼저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한진이 현대상선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보유 사옥 및 터미널 유동화 등을 통해 4112억원의 자금을 추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광양 등 터미널 유동화로 1750억원, 부산·런던 등 국내외 사옥 매각으로 1022억원, 벌크선·상표권·에이치라인(H-Line) 지분 등 자산 매각으로 1340억원을 각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를 위한 선주 협상, 공모 회사채 유예를 위한 사채권자 집회 등도 개최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향후 정상화 방안 추진 관련 한진그룹 및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동 방안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진 ‘부실 꼬리 자르기’ 안 돼=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진해운을 내놓으면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먹튀’ 주식 매각 논란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최 전 회장 일가는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최 전 회장의 남편 조수호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동생이다.

금융위원회는 부당거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지분으로는 0.39%에 불과하지만 개미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먼저 손을 뺀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율협약 신청을 언제 결정했는지가 부당거래 판단의 관건”이라며 “이를 미리 알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미리 팔았다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의 경우 현대상선의 경영 실패 책임을 직접적으로 물어야 했던 현정은 회장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반박도 나온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이 이미 악화된 후 ‘구원투수’ 격으로 경영을 떠맡았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방 백상진 나성원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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