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출연’ 빠진 한진해운 자율협약안 반려

입력 2016-04-25 18:00 수정 2016-04-25 22:00
정세화 한진해운신항만 사장(맨 앞)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운산업 대책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다. 한진해운은 이날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했으나 채권단은 "더 구체적인 방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세종=구성찬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한진해운이 25일 제출한 구조조정 방안을 사실상 반려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보다 더 강력한 정상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통해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서를 검토한 결과 용선료 협상 등 정상화 추진 세부 방안에 대한 구체성 등이 미흡해 보완을 요청했다”며 “자료를 보완해 제출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 여부 결정을 위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이날 오후 4시 제출한 자율협약 신청서에는 영국 런던 사옥을 포함한 해외 자산 매각 및 터미널 유동화 등을 통해 4112억원의 자금을 추가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용선료 협상 대책, 회사채 조정 방안, 세계 해운동맹 재편에 따른 대응 방안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포기각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의 사재 출연 방안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신청서를 검토한 채권단은 불과 2시간 뒤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다시 만들어오라”고 요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 실사 결과 현대상선보다 상황이 더 악화돼 있다”며 “그런데도 회생의 관건인 용선료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만기 도래하는 채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또 자율협약이 이뤄질 때까지 필요한 운영자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대주주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사재 출연 방안도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나 자율협약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이 추가 제출 방안에서도 경영난에 대한 책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려면 채권단 100%의 동의가 필요하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해운업과 조선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집중 논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관련 산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에 대비한 실업 대책과 산업은행 등을 통한 구조조정 자금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이틀 전까지 보유하던 회사 주식을 팔아치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과 두 딸의 부당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최 회장 등은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주식 97만7929주(지분율 0.39%)를 장내 매각해 27억원을 현금화했다.

김지방 백상진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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