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으로 국내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첩첩산중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우 회생을 위해서는 이미 안고 있는 부채 문제 해결뿐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나갈 비용까지 줄여야 한다. 특히 선박 임대료인 용선료를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해운사 목줄 쥔 용선료 협상=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은 용선료를 낮춰야 채권단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보유하던 배를 팔고 외국 선사들로부터 배를 빌려 써 왔다. 문제는 호황기에 체결한 계약 때문에 시세를 크게 웃도는 용선료를 지급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두 해운사가 경영난을 겪는 주요 원인이 됐다.
업계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선박 임대를 계약하면서 현재 시세의 4∼5배 수준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업황 부진이 지속되자 해외 선주들도 용선료 인하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대상인 22개 선주들과 최근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병, 선박금융 연장=용선료 협상이 진전된 결과를 내더라도 선박금융 만기 연장이 걸림돌로 남는다. 통상 해운사들은 선박을 구입하기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선박담보대출을 받는다. 양대 해운사가 선박금융으로 갚아야 할 돈은 5조원 규모다. 빚을 갚지 못하면 배가 압류될 수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선박금융을 통해 64척의 배를 구입했다. 총 부채의 60%인 3조2000억원이 선박금융으로 잡혀 있다. 현대상선은 33척의 배를 구입하면서 1조8000억원을 빌렸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과 함께 선박금융 만기 연장에도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용선료가 인하된다면 자금 흐름에 여유가 생기고, 선박금융 연장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3조원대 빚은 어쩌나=양대 해운사가 국내와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한 채권(빚)은 총 3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발행한 공모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 발행액은 각각 1조2500억원과 1조5040억원 규모다. 여기에 사모채를 통해서도 대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두 회사가 법정관리로 가게 된다면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구계획으로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만큼 정부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비율인 변제율이 0%에 가까울 것으로 관측된다.
◇‘양날의 칼’ 자산 매각=한진해운은 세계 곳곳의 사옥, 터미널과 상표권 등을 매각해 4112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추가 자구안을 이날 밝혔다. 현대그룹은 앞서 현대증권을 매각해 8000억원을 확보했다. 현대상선의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1200억원에 매각하고 4200억원의 부채도 이전한다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어 유조선사업부 판매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자산 매각은 극약 처방 성격이 강해 향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돈 되는 자산을 다 팔고 나면 정작 나중에 업황이 회복됐을 때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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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5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