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 ‘빚’ 수렁 中 경고음

입력 2016-04-26 04:00

중국경제 최대 함정이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자체 분석 결과 중국의 총부채가 올해 1∼3월에도 계속 늘어나 3월 말 기준 163조 위안을 기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237%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총부채는 국가, 개인, 기업이 진 빚을 모두 합친 부채를 말한다.

중국의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활동에 참여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2년 반가량 모두 모아야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1일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중국의 총부채가 GDP 대비 247%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가 GDP의 249%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248%),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270%)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의 부채는 엄청난 규모보다는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게 더 문제다. 2007년 중국의 총부채는 GDP 대비 148% 수준이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올 1분기 3개월 동안 부채가 6조2000억 위안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는 중국정부가 부채 급증 위험을 인식해 단기적 경기부양과 장기적인 부채 감축을 병행하는 정책을 구사했으나 올 들어 ‘경제 경착륙’ 우려가 커지자 경기부양으로 완전히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 앤드루 콜퀴훈은 “지금은 경기부양보다 과잉 투자된 분야의 몸집을 줄이고 부채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할 때”라며 “하지만 중국정부는 여전히 경기부양에만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총부채의 구성과 질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에 따르면 중국 총부채의 50%가 부동산 대출과 관련돼 있으며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에 의한 부채가 매년 36%씩 증가하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권 밖에서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 기능을 제공하면서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받지 않는 신용 공여를 총칭한다. 부실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 특히 그림자 금융은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회계 불투명성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경제의 건전성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데 광범위하게 동의하지만 향후 전망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2008년 미국을 강타한 은행·신용시장 마비 같은 금융 위기를 예상한다. 반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은행권에 유동성을 지원해 금융 위기를 막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은행권의 붕괴를 막더라도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에 따른 장기 불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FT는 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