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 작가·공동 연출 박경란 집사 “파독 간호사들 애환 가슴으로 느낄 기회”

입력 2016-04-25 18:48 수정 2016-04-25 20:57
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 작가 겸 공동연출자인 박경란 집사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헌신한 파독 간호사들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아온 분들”이라며 “기도로 연극 연습을 시작하는 단원들의 열정에 감동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리허설 모습. 함께하는사랑밭 제공

“사랑하는 딸, 현자야 보거라. 이 편지를 보게 되믄 서독(독일)이겄지. 항상 고맙고 든든한 우리 큰 딸, 너무 힘드면 돌아와라. 너무 멀리 보내서 어미 가심이 찌져진다. 오메 이년아 돈 벌라고 밥은 절대 굼지 말거라. 어미 옆에서 가치 살자. 1966년 12월 동짓날 즈음에 어미가.”(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 가운데).

극중 주인공인 파독간호사 현자는 50년 만에 찾은 여행가방 속에서 어머니 김천댁의 편지를 보게 된다. 편지 속에는 딸을 먼 이국땅으로 보내는 절절한 어머니의 가슴 저미는 사연이 들어있다. 인생을 수레바퀴처럼 돌아 일흔 살이 된 재독 파독 간호사 현자. 그녀는 마치 오래 전 자신처럼, ‘어머니의 나라’ 한국으로 떠나는 막내딸 마리아에게 “외할머니가 기도했듯 나도 응원하고 기도한다”고 편지를 쓴다.

2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다큐 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 공연 내용 중 일부다.

이 연극의 작가 겸 공동연출자인 박경란(44·베를린소망교회 집사)씨는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파독간호사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연극은 파독 간호사들로 구성된 연극단 ‘빨간 구두’의 6번째 작품”이라며 “60∼70대 파독 간호사들이 당시 겪었던 절절한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극단은 기도로 시작한다. 외로운 독일 생활에서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님을 찾았다고 한다. “총 5막으로 구성된 이 연극은 또 환타지적 감흥을 더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세대간 소통과 공감을 그리고 있다”며 “출연자 모두의 자전적 스토리를 관객에게 쏟아내는 고백”이라고 덧붙였다.

파독 간호사는 1960∼70년대 1만 명이 넘게 파송됐다. 이때 8000여명의 파독 광부와 함께 국내로 송금환 외화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역만리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40년 이상 열정을 다해 일하다 퇴직했다. 수구초심인지라 뒤늦게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반세기가 지난 세월은 그들을 이방인으로 남게 했다고 박 집사는 설명했다.

1부 연극 공연에 이어, 2부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행사 당일 공연장 로비에는 파독 간호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전도 함께 열린다. 28일부터는 판문점과 서울시내, 용인 민속촌 등 모국투어도 진행된다. 행사는 하나금융그룹이 연극 단원과 독일인 배우, 파독 간호사 등 27명을 초청했다. 기독교 국제구호NGO 함께하는사랑밭(설립자 권태일 목사)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관하고 외교부와 롯데호텔, 재외동포재단, 주한독일대사관 등이 공동후원으로 참여했다.

박 집사는 “연극은 한강의 기적을 만든 주역인 파독 간호사가 지닌 시대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그분들의 헌신적인 삶을 조명함으로써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려 기획됐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귀한 걸음으로 자리를 빛내주시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02-2612-4400).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