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현자야 보거라. 이 편지를 보게 되믄 서독(독일)이겄지. 항상 고맙고 든든한 우리 큰 딸, 너무 힘드면 돌아와라. 너무 멀리 보내서 어미 가심이 찌져진다. 오메 이년아 돈 벌라고 밥은 절대 굼지 말거라. 어미 옆에서 가치 살자. 1966년 12월 동짓날 즈음에 어미가.”(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 가운데).
극중 주인공인 파독간호사 현자는 50년 만에 찾은 여행가방 속에서 어머니 김천댁의 편지를 보게 된다. 편지 속에는 딸을 먼 이국땅으로 보내는 절절한 어머니의 가슴 저미는 사연이 들어있다. 인생을 수레바퀴처럼 돌아 일흔 살이 된 재독 파독 간호사 현자. 그녀는 마치 오래 전 자신처럼, ‘어머니의 나라’ 한국으로 떠나는 막내딸 마리아에게 “외할머니가 기도했듯 나도 응원하고 기도한다”고 편지를 쓴다.
2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다큐 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 공연 내용 중 일부다.
이 연극의 작가 겸 공동연출자인 박경란(44·베를린소망교회 집사)씨는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파독간호사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연극은 파독 간호사들로 구성된 연극단 ‘빨간 구두’의 6번째 작품”이라며 “60∼70대 파독 간호사들이 당시 겪었던 절절한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극단은 기도로 시작한다. 외로운 독일 생활에서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님을 찾았다고 한다. “총 5막으로 구성된 이 연극은 또 환타지적 감흥을 더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세대간 소통과 공감을 그리고 있다”며 “출연자 모두의 자전적 스토리를 관객에게 쏟아내는 고백”이라고 덧붙였다.
파독 간호사는 1960∼70년대 1만 명이 넘게 파송됐다. 이때 8000여명의 파독 광부와 함께 국내로 송금환 외화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역만리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40년 이상 열정을 다해 일하다 퇴직했다. 수구초심인지라 뒤늦게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반세기가 지난 세월은 그들을 이방인으로 남게 했다고 박 집사는 설명했다.
1부 연극 공연에 이어, 2부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행사 당일 공연장 로비에는 파독 간호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전도 함께 열린다. 28일부터는 판문점과 서울시내, 용인 민속촌 등 모국투어도 진행된다. 행사는 하나금융그룹이 연극 단원과 독일인 배우, 파독 간호사 등 27명을 초청했다. 기독교 국제구호NGO 함께하는사랑밭(설립자 권태일 목사)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관하고 외교부와 롯데호텔, 재외동포재단, 주한독일대사관 등이 공동후원으로 참여했다.
박 집사는 “연극은 한강의 기적을 만든 주역인 파독 간호사가 지닌 시대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그분들의 헌신적인 삶을 조명함으로써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려 기획됐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귀한 걸음으로 자리를 빛내주시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02-2612-4400).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 작가·공동 연출 박경란 집사 “파독 간호사들 애환 가슴으로 느낄 기회”
입력 2016-04-25 18:48 수정 2016-04-25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