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한국루터회 산하 종합대학인 루터대(총장 김영옥)가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카를 귀츨라프(1803∼1851)의 선교지인 충남 보령 고대도를 성지화(聖地化)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루터대는 루터회와 공동으로 고대도에 연수원과 전시관을 건립하는 등 귀츨라프의 뜻을 되새길 수 있는 사업들을 구상 중이다.
루터대는 고대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업무협약(MOU)을 보령시와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루터대는 “귀츨라프의 첫 전도지이자 한국 개신교의 성지인 고대도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MOU를 맺은 것”이라며 “고대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보교류와 정책연구, 지역주민 교육 및 의료 지원 사업 등이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협약의 계기가 된 귀츨라프는 아시아 선교에 평생을 바친 독일 선교사다. 독일 루터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그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지를 거쳐 1832년 7월 17일 황해도 몽금포에 도착했다. 한국 최초 순교자인 토머스 선교사가 대동강변에서 순교한 1866년보다 34년이나 앞선 시점이다.
귀츨라프는 그러나 주민들의 냉대로 어쩔 수 없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야 했다. 결국 그를 태운 선박이 닻을 내린 곳은 안면도 남쪽의 작은 섬 고대도였다. 귀츨라프는 이곳에 20일 가까이 머물며 복음을 전했다. 주민들에게 성경을 선물했고 감자재배법을 가르쳤다. 한문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도 행했다. 이듬해엔 중국 선교지에 한글 자모를 소개하기도 했다.
체류기간은 짧았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한 첫 선교사였다는 점에서 귀츨라프는 이 땅에 기독교의 씨앗을 파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터대 관계자는 “귀츨라프는 루터교 목회자였지만 루터회가 주도적으로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MOU를 체결한 건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귀츨라프의 신앙을 되새기는 사업들을 전개해 귀츨라프의 삶을 한국교회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OU에는 샘병원을 운영하는 효성의료재단(원장 박상은)도 동참했다. 효성의료재단은 고대도 주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의료 봉사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루터대, 귀츨라프 선교사 방문 ‘고대도’ 성지화 추진
입력 2016-04-25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