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시쿠라(대단하다)!” “베리 나이스. 원더풀!”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 운동장에 아프리카 남수단의 혼성어인 주바 아랍어와 영어가 환호성과 함께 터져 나왔다. 우레탄 육상 트랙을 손으로 눌러보고 밟아보던 조셉 지르바시오 남수단 육상 감독은 “항상 흙먼지로 덮여 있는 남수단의 훈련장만 보다가 이렇게 멋진 트랙을 보니 눈에 보이는 그대로 조국에 옮겨놓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체육고의 수영장과 체조연습실을 둘러보던 하킴 다리우스 크리스 유도 감독은 “남수단엔 하늘 아래 지붕이 있는 훈련장이 단 한곳도 없다. 스포츠 강국인 한국의 저력이 훈련환경에서 나오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18명의 남수단 스포츠 지도자들은 이곳 훈련 시설을 살펴보며 연신 엄지를 들어보였다. 18개의 검은 엄지들 사이로 검게 그을린 황색 엄지손가락이 눈에 띄었다. 이번 방문단을 이끌고 있는 남수단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임흥세(61) 선교사다. 남수단 축구대표팀 감독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7월 남수단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임 선교사는 “건국 5주년을 맞았지만 내전의 여파가 남아 있는 남수단 국민들에게 IOC 가입은 희망과 자부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IOC 깃발을 달고 뛰어야 했던 남수단 국가대표들은 오는 8월 브라질 올림픽에서는 당당히 자국 국기를 들 수 있게 됐다. 세 번째 방한인 크리스 감독은 “임 선교사는 남수단 스포츠 계에 전력공급기와 같다”며 “하나님께서 임 선교사를 남수단에 보내주신 첫날부터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모든 것이 기적 같다”고 말했다. 제임스 에즈키엘 남수단 축구대표팀 코치는 “선수단의 90% 이상이 크리스천”이라며 “선수들은 경기 전과 경기 후, 승부에 상관없이 함께 경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고 설명했다. 에즈키엘 코치는 “특히 21일 여자실업축구(WK리그) 경기를 참관하면서 두 번 놀랐다”며 “남자 선수 못지않은 경기력에 놀랐고, 운동하는 여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여전한 남수단에 비해 여성과 남성의 인권이 동등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문은 서울시와 가수 김장훈의 소속사인 ‘공연세상’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서울시와 ‘공연세상’, 남수단올림픽위원회는 지난 2월 ‘남수단 스포츠 지원 업무협약식’을 갖고 남수단 스포츠 발전을 위해 협력해오고 있다. ‘기부천사’로 유명한 김장훈은 지난 9일(현지시간) 남수단 국립농구경기장에서 아프리카 내전종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아프리카 피스콘서트’를 가졌다. 방문단은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약 3주 동안 WK리그, 전국종별탁구선수권 대회 등을 참관하고 태릉선수촌, 한국스포츠개발원 등을 방문하며 지도자 연수를 받는다.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남수단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100달러(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임 선교사는 “오랜 내전 때문에 1200만 인구 가운데 45%가 14세 미만”이라며 “남수단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스포츠와 기독교 신앙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이 땅에 보여주실 하나님의 계획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남수단 스포츠 지도자들 “한국 스포츠 저력 배우러 왔어요”
입력 2016-04-25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