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를 겨눠 ‘가격 경쟁’을 선포했던 홈플러스가 한발 물러났다. 다른 유통 채널보다 비싸게 팔 경우 차액을 상품권으로 돌려주던 ‘가격비교 차액보상제’를 중단하고 신선식품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가격비교 차액보상제를 다음 달 15일자로 종료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미 홈플러스 전 지점에는 이 같은 안내문이 공지됐다. 가격비교 차액보상제는 이마트를 비롯해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해 생필품 가격이 비쌀 경우 차액을 현금 쿠폰(100원∼1만원)으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고객이 최저가 보상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가격을 조사해 자발적으로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 측은 “가격비교 차액보상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많은 고객이 혜택을 봤지만 점차 가격이 비슷해지고 있다”며 “신선식품 등의 상품 품질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가격비교 차액보상제는 도성환 전 대표 취임 직후 시행됐다.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는 1위 업체 이마트를 잡는다는 전략으로 가격 경쟁을 벌여왔다. 영수증에도 ‘이마트보다 저렴하게 구매하셨습니다’라는 식의 문구를 인쇄해 1위 업체를 자극했다. ‘최저가 마트’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줘 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김상현(사진) 신임 대표가 올해 초 홈플러스 수장을 맡게 되면서 전략이 수정됐다. 김 대표는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가격보다 품질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분위기는 올해 초 이마트와 소셜커머스 사이에서 촉발된 가격경쟁 당시부터 감지됐다. 이마트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소셜커머스·오픈마켓을 통틀어 가장 저렴한 상품을 선보이는 ‘가격의 끝’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마트가 가격의 끝 대상 상품을 선정하면 소셜커머스와 다른 대형마트들 역시 이에 대응하며 최저가 전략을 펼쳐왔지만 홈플러스는 빠져 있었다.
홈플러스가 가격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것은 지난해 9월 영국기업 테스코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모펀드는 특성상 기업 가치를 높여 다른 인수자에게 기업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가격 출혈 경쟁에 나서게 되면 수익을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홈플러스 매각에 앞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가격비교 차액보상제는 마케팅 비용 대비 이용 고객 수가 턱없이 적어 효과적인 마트 유인책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은 “마케팅 비용을 절약해 신선식품 등 품질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글·사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홈플러스, 출혈경쟁 두 손 들었다… 이마트 겨냥했던 ‘가격비교 차액보상제’ 폐지
입력 2016-04-2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