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놓은 눈물의 라켓… 한국서 ‘핑퐁 드림’ 스매싱

입력 2016-04-25 18:51
전지희(앞쪽)가 2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2016 국제탁구연맹(ITTF) 투어 폴란드오픈 여자복식 결승에서 양하은과 짝을 이뤄 리지에-리치안 조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더핑퐁 제공

한국 여자탁구 국가대표 에이스 전지희(24·포스코에너지)의 본명은 티엔민웨이다. 중국 출신이다. 원래 고향은 허베이성(河北省) 랑팡(廊坊)으로 지금도 부모님은 그곳에 살고 계신다.

전지희는 중국에서 탁구를 가르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탁구 라켓을 잡았다. 2005년 중국 최고의 루넝클럽에 입단했고, 중국 청소년 대표까지 지낸 유망주였다. 2007년에는 중국 국적으로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여자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에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탁구 최강국 중국에서 성인 대표팀 벽은 높았다. 결국 16세 나이에 탁구채를 놓았다.

이때 포스코에너지 탁구단을 창단하면서 중국에서 유망주를 찾고 있었던 김형석 감독이 그를 불렀다.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그를 눈여겨보며 대성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여자탁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전지희는 이렇게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처음엔 눈물의 연속이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사는 게 힘들었다. 말도 음식도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2의 조국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감내했다.

그렇게 전지희는 연습생으로 3년 동안 훈련했다. 쉴 때마다 드라마와 영화, 책을 보며 한국말을 배웠다. 그리고 2011년 일반 귀화시험을 통과해 한국인이 됐다. ‘인천 전씨’의 시조가 됐다. 이제는 국내 인터뷰를 통역 없이 할 뿐 아니라 대표팀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 정도로 한국말이 능숙하다. 지금도 그녀의 취미는 한국어로 된 책을 읽는 것이라고 한다.

이후 전지희의 기량은 만개하기 시작했다. 강점인 백핸드 공격을 더욱 가다듬었다. 국제탁구연맹(ITTF) 규정에 따라 귀화 후 3년간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지만 2014년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혼합복식 종목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지난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선 혼합복식에서 금메달까지 따냈다. 한국에 하계유니버시아드 탁구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전지희는 “한국이 아니었다면 탁구를 더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 나는 진짜 한국사람”이라고 했다.

전지희의 ‘코리안 드림’은 서서히 영글고 있다. 이제 그의 꿈은 올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메달 획득이다. 그리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전지희는 2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2016 ITTF 투어 폴란드오픈 여자복식 결승에서 양하은(22·대한항공)과 한 조를 이뤄 리지에(네덜란드)-리치안(폴란드) 조를 3대 0(11-4 12-10 11-7)으로 완파했다.

전지희-양하은 조는 올해만 국제대회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합작하며 찰떡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통산 7번째 우승이다. 전지희-양하은 조는 2세트만 듀스 끝에 승리했을 뿐 나머지 두 세트는 안정적인 기량으로 손쉽게 처리했다.

전지희는 양하은, 서효원(29·렛츠런파크)과 함께 리우올림픽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 엔트리 3명에 포함됐다. 세계랭킹 15위로 국내 여자 선수 중 가장 높다. 전지희는 “올림픽 출전은 큰 영광이다. 기회가 올 때 잡고 싶다”며 “단체전과 단식 모두 메달을 따고 싶다.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