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애플… 아이폰 판매 사상 첫 감소 전망

입력 2016-04-26 04:11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으며 오랫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아이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의 올해 판매 전망을 부정적으로 예측하고 있고, 시장 확대를 위해 내놓은 아이폰SE는 기대만큼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올해 1분기에 매출과 아이폰 판매량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하락하는 건 13년 만에 처음이 될 전망이다. 아이폰은 2007년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감소한 적이 없었다.

WSJ는 애플 스스로도 1분기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충격적’인 일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나온 아이폰6s가 아이폰6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수요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WSJ는 “차기 아이폰은 애플이 성장동력을 회복할 만큼 훌륭한 제품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차기 아이폰에 대한 기대치도 그리 높지 않다. 애플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 전문 분석가인 KGI증권의 밍치궈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아이폰 후속 모델이 나오더라도 아이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밍치궈는 새로운 아이폰에 매력적인 요소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아이폰SE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같이 분석했다.

밍치궈는 올해 애플이 1억9000만∼2억500만대의 아이폰을 출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18.1% 줄어든 수치다. 주목할 점은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상위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애플만 출하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밍치궈는 “아이폰은 디자인을 다시 하고 소비자를 끌어들일 요소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2017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5.8인치로 화면을 키운 아이폰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시장 확대를 위해 내놓은 아이폰SE는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있다. 애플은 선진국 시장에서 4인치 모델을 선호하는 사용자와 높은 가격 때문에 아이폰 구매를 꺼리는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해 아이폰SE를 내놨다. 시장조사기관 로컬리틱스에 따르면 아이폰SE 출시 3주간 채용률은 영국 프랑스 캐나다 홍콩 등이 1%로 가장 높았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중국은 0.2%에 머물렀다. 아이폰SE 16GB의 중국 가격은 3288위안(약 58만원)으로 미국 출고가 399달러(약 45만원)보다 높다. 보급형이라고 하기엔 높은 가격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아이폰SE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은 편이다. 애플코리아는 아이폰SE 국내 판매가격이 16GB 모델 59만원, 64GB는 73만원이라고 밝혔다. 주로 판매되는 64GB 모델은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S7, G5(83만6000원)와 비교해도 1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를 제외하고 8% 안팎의 세금이 붙어서 실제 구매가격은 399달러보다 높다. 하지만 세금을 계산해도 국내 가격이 미국 가격보다 높은 편이다. 이동통신 3사는 아직 아이폰SE 출시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