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에 흡연 폐해 경고그림을 넣는 이유는 금연을 유도해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경고그림은 흡연자들에게 혐오감과 경각심을 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 담배를 처음 접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부착해야 한다. 하단에 넣으면 그림이 진열대에 가려져 구매 억제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게 국민 건강권을 추구하는 사회의 건전한 상식이다.
그런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부 컨트롤타워가 있다. 바로 대통령 직속 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다. 규개위가 최근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위치하도록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 조항을 철회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이유도 황당하다. 그림을 상단에 넣든 하단에 넣든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논리다. 그림 위치에 규제를 가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흉측한 그림이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위치를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담배회사·판매업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12월 시행되는 경고그림 부착은 우리나라에서 법안 첫 발의 이후 14년 만에 제도화된 비가격 금연정책의 핵심이다. 그림이 상단에 있어야 효과가 좋은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규개위의 결정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거리가 멀다. 흡연 경고그림 도입 80개국 중 그 위치를 상단으로 못 박은 곳은 51개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도 상단 배치를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규개위는 오불관언이다. 이에 반발한 복지부가 즉각 재심사를 요청했다. 재심사는 다음 달 13일에 열린다. 재심사에서도 규개위가 담배회사 편을 든다면 국민은 규개위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다른 규제는 혁파 대상이어도 건강과 안전에 관한 규제는 필요한 법이다. 그게 규제의 진정한 역할이다. 규개위가 국민 건강을 후퇴시키는 역주행을 계속할지 지켜보겠다.
[사설] 국민보다 담배회사 편에 선 규제개혁위
입력 2016-04-25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