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골프 천재’의 화려한 비상 이수민, 유럽투어 첫 정상 버디

입력 2016-04-25 20:43 수정 2016-04-26 00:17

스타 기근에 허덕이던 한국남자프로골프(KPGA)는 2013년 한 아마추어 선수의 등장에 들떠있었다. 중앙대 2년생이던 이수민(23·CJ오쇼핑·사진)이 그해 6월 군산CC오픈에서 쟁쟁한 프로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였던 그는 이듬해 열릴 인천아시안게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수민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처음 쓴잔을 맛봤다. 2014년 7월 프로로 전향했지만 마지막 대회였던 신한동해오픈의 공동 22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선 OB(아웃오브바운드)를 8개나 내며 91타를 치기도 했다. 목표를 상실한 ‘게으른 천재’의 방황이었다.

마음을 고쳐먹은 그는 지난해 초, 하루에 3시간씩 퍼팅 연습에 매달리는 등 착실한 훈련을 쌓았다. 6월 군산CC오픈에서는 프로전향 후 처음 우승을 맛봤다. 신인왕에다 대상 2위, 상금 3위가 지난해 수확이었다.

최종 목표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에 앞서 유럽투어 풀시드권 획득이 올 시즌 그의 목표였다. 지난해 10월 유럽투어인 홍콩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찾았다. 지난 2월에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유럽·아시안투어 공동 주관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 준우승까지 성적을 끌어올렸다. 지난 주 KPGA 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 출전하는 대신 그는 중국 선전에서 열린 유럽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 도전장을 내 유스트 루이텐(네덜란드), 브랜든 스톤(남아공) 등 유럽 강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 41만2353 유로(약 5억3000만원). 한국 선수로는 7번째 유럽투어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2018년까지 유럽투어 풀시드권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 랭킹이 128위에서 75위 안쪽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여 리우올림픽 티켓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올림픽은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했던 그가 한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