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종인과 문재인, 총선 민의 벌써 잊었나

입력 2016-04-25 17:25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차라리 저녁을 함께 하지 않는 게 나았다. ‘김종인 당대표 합의추대론’으로 당내 잡음이 날로 커지자 전·현직 대표가 지난 22일 회동을 했는데 두 사람이 진짜 같은 장소에서 밥을 먹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합의추대가 불가능하니 경선에 참여하라고 했고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가 당권에 뜻이 없다고 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대선까지) 경제민주화를 위한 스피커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한다. 이를 위한 수권비전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덧붙였으나 김 대표는 이런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급기야 김 대표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가 이제 와 엉뚱한 생각을 한다. 더 이상 안 본다”고까지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25일 “언론이 사소한 진실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모든 걸 언론 탓으로 돌렸다. 당초 양측은 만찬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했지만 거짓말인 것 같다. 이럴 거면 도대체 두 사람이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

양측 갈등의 이면에는 당권이 자리 잡고 있다.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당권을 유지하려는 김 대표와 그만 내려놓기를 바라는 문 전 대표 진영 간 충돌이 핵심이다. 하지만 더민주 수뇌부의 이 같은 행태는 볼썽사납다. 4·13총선에서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유권자들이 이번에 더민주를 지지한 것은 그들의 이전투구를 용인한 게 결코 아니다. 더민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집권여당의 막중한 책무를 방기하고 친박·비박 패권놀이에만 매몰돼 있던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에 좀 더 공감했을 뿐이다. 따라서 총선 민의를 불과 10여일 만에 망각하고 다시 내부 다툼에 몰두한다면 다음에는 더민주가 회초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 지도부와 당선자들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고 “국민 무서운 줄 알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현재 조선과 해운 등 기존 한국의 주력 산업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기업이 쓰러지면 수천, 수만 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은 극심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더민주가 당권을 놓고 내홍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또 국민의당이 연말까지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의 투톱 체제를 유지키로 의견을 모은 것과도 비교된다. 민생국회를 만들기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한다는 국민의당 측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더라도 당장 밥그릇싸움을 하지 않기로 한 것만으로도 더민주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