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67> 파일럿에서 조이스틱 라이더로

입력 2016-04-25 17:52 수정 2016-04-25 20:36
영화 ‘굿 킬’ 포스터

보통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항공기(UAV·Unmanned Aerial Vehicle). 앤드루 니콜 감독의 ‘굿 킬’(Good Kill·2015)은 이 드론을 이용해 완전히 달라진 항공전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라스베이거스 근처의 공군기지에 출퇴근하는 토머스 이건 소령은 F-16 전투기를 몰던 베테랑 파일럿이지만 지금은 사무실에 앉아 아프가니스탄 상공에 떠있는 무장 드론(MQ-9 리퍼)을 조종해 테러리스트들을 격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일반인처럼 퇴근 때 바비큐거리를 사가지고 가고, 아이들을 등하교시키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건 소령의 지휘관 잭 존스 중령이 신참 드론 조종사들에게 하는 훈시가 달라진 전쟁 양상을 간명하게 요약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를 공군(Air Force)이 아니라 의자군(Chair Force·의자에 앉아 드론을 조종한다는 의미로 ‘에어’와 ‘체어’의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이라고 조롱한다. 그러나 우리가 수행하는 것은 전쟁이다. 다만 우리의 전쟁은 ‘1인칭 슈팅 게임’이다. 비디오게임을 모방한.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방아쇠를 당겨 죽이는 건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다. 피와 살을 지닌 인간이다.” 말하자면 이제 공군의 엘리트는 제트 파일럿이 아니라 ‘조이스틱 라이더(joystick rider)’라는 얘기.

이런 공군 조종사들과 2차대전을 다룬 항공전 영화의 고전 ‘정오의 출격’(Twelve O’clock High·1949. 오역이다. ‘12시 방향 상공의 적기’라고 해야 맞다)에 나온 B-17 폭격기 조종사들의 모습을 비교해보라. 과거 항공전 영화의 조종사들이 격추 공포에 시달리며 거듭되는 출격에 지쳐 하루빨리 고향으로 가고 싶어 애를 태우는 반면 가족이 있는 안락한 집에서 기지로 출퇴근하는 ‘굿 킬’의 조종사는 다시 전투기를 몰고 하늘을 나는 임무를 맡고 싶어 안달한다. 이러다간 전장의 하늘에 피어나고 스러지는 용감한 조종사들이 머지않아 마치 ‘트로이전쟁의 전사’들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김상온 (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