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8곳 부실 위험… 10곳 중 9곳 소형주

입력 2016-04-24 21:57 수정 2016-04-25 17:57
정부의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거세지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전체 상장사 중 워크아웃 가능성이 있는 기업 비율이 14.6%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87%)이 시가총액 300위 안에 못 드는 소형주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 738곳 중 108곳이 부실위험이 있는 기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영업현금흐름이 적자였거나 이자보상비율이 100%에 못 미친 기업을 추려낸 결과다. 영업현금흐름 적자 기업은 13곳, 이자보상비율 100%에 미달한 기업은 73곳이었다. 두 기준에 모두 걸린 기업도 22곳이나 됐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건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두 기준은 신용위험 평가의 주요 정량 기준으로 꼽힌다.

대형주 1개, 중형주 13개, 소형주는 94개사가 워크아웃 가능성 있는 기업으로 꼽혔다. 유일한 대형주는 대한전선이다. 중형주로는 쌍용차, 롯데정밀화학, OCI, 아시아나항공, 현대로템 등이 꼽혔다. 시총 상위 순으로 보면 영업현금흐름 적자와 이자보상비율 100%를 모두 충족한 기업은 한올바이오파마, JW홀딩스, 파미셀, 두산엔진, 쌍방울로 꼽혔다.

워크아웃 기업은 위 두 기준과 채권은행들의 정성 평가 등을 종합해 선정된다. 금융 당국은 워크아웃 대상 대기업을 오는 7월, 중소기업을 11월 확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구조조정 이슈가 장기적으로 주식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영환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비상장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면 대기업은 오히려 공급 과잉이 해소돼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바람은 우리 사회에 실업 한파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를 높인다. 조선·해운 등 일자리가 많이 걸려 있는 제조업 분야에 구조조정 대상인 한계기업이 절반 이상 몰려 있다. 노동계는 잘못된 경영책임을 노동자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3년 이상 100%를 넘지 못한 ‘만성적 한계기업’ 중 절반 이상(52.2%)이 제조업체다. 그런데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4년 5월부터 23개월 연속 10만명 넘게 증가세를 이어왔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제조업이 위축되면 고용 한파의 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000명 이상을 희망퇴직 등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선 비정규직 근로자 2만∼3만명이 계약 해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구조조정의 피해를 노동자에게만 떠넘기는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고용 보장, 사회안전망 확충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의 고용 유지와 실직자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부처 장관들과 경제현안회의(일명 ‘서별관회의’)를 열어 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고용 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의 고용 유지 지원 방안, 실업 발생 시 신속한 취업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26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를 통해 구조조정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돼도 그 업종에 속하는 모든 기업이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자구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에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오히려 전체 고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4년 11월 보고서에서 “한 산업 내 좀비기업 비중이 커지면 고용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좀비기업 비중을 10% 포인트 낮추면 정상 기업의 고용이 11만명 느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나성원 조민영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