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당권, 경선으로 가닥… ‘文-金’ 감정 골은 깊어져

입력 2016-04-24 21:39

더불어민주당 내 당권 논란이 경선을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직접 경선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불출마를 제안했고, 김 대표 역시 경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회동 이후 양측에서 서로 다른 발언 내용이 흘러나오면서 김 대표가 “앞으로 문 전 대표와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등 감정의 골이 더 깊게 파이고 있다.

◇金·文 “합의추대 어렵다”=문 전 대표 측과 김 대표 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당내 ‘김종인 합의추대론’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2일 만찬 회동 내용의 본질은 현 상황에서 김 대표의 합의추대는 안 되고, (김 대표도) ‘나는 대표 경선에 안 나간다’고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도 “경선 불가피, 김 대표의 경선 불출마 입장엔 서로 공감대를 이룬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찬 회동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발언 내용이 엇갈리면서 다시 신경전이 촉발됐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회동에서 합의추대가 불가능하니 경선에 참여하라고 했고,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회동 다음 날인 23일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대표에게) 경선을 하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김 대표는 당권에 뜻이 없다고 했다”며 “(당대표를 하면) 상처받을 수 있다. (내년 대선까지) 경제민주화를 위한 스피커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한다. 이를 위한 수권비전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경선 출마 의사를 물었을 뿐 출마를 권유한 것은 아니라는 거였다.

문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김 대표는 측근에게 “다시는 문 전 대표와 증인 없이 단둘이 만나지 말아야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서로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문 전 대표가 이후 나누지도 않은 얘기를 언론에 했다”며 “당대표를 계속하면 상처받을 것이라는 말이나 ‘경제민주화 스피커’, 수권비전위원회 등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기 당권은 누구에게=당대표 선출 방식이 경선 쪽으로 기울면서 차기 당권주자들에게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송영길 김진표 당선인과 박영선 의원 등이 유력 당권주자로 꼽힌다. 이인영 정청래 의원 등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김 당선인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전대를 개최하면 고질적인 계파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며 “현 비대위 체제를 적어도 9∼10월까지 유지하면서 호남 참패 등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에게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