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항공사가 승객이 탑승할 때 액체류를 휴대하는 것을 제한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06년 액체폭탄 테러 위협이 일자 반입 제한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면세점에서 구매한 제품이나 100㎖ 이내 용기 안에 밀봉된 액체류만 비행기에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이 안전규정 때문에 미국의 한 여성이 500온스(약 14.8ℓ)나 되는 모유를 고스란히 공항 화장실에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제시카 마르티네스는 지난 20일 영국 출장을 갔다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8개월 된 아기를 위해 준비한 모유를 버려야 했다. 기내 액체류 반입 제한 규정 때문이었다.
영국 교통부가 정한 항공안전 규정에는 이유식이나 아이를 위한 유제품에 한해 100㎖ 넘더라도 예외적으로 기내 반입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에 타야 한다. 당시 마르티네스는 출장길이어서 아이와 함께 있지 않았고, 이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출장기간 마련한 모유를 버려야 했다. 그는 공항 관계자들에게 “300온스(8.5ℓ)는 얼린 모유기 때문에 액체가 아니다”고 하소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르티네스는 페이스북에 탑승수속을 담당한 공항의 항공안전 담당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그는 “우리 아이가 2주 동안 먹을 모유를 그냥 버리게 만들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워킹맘인 그는 “일하는 동안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를 위한 모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며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유를 수유해야 하는 다른 워킹맘에게는 이 규정을 적용할지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제시카가 100㎖ 넘는 모유를 기내에 휴대하지 않고 수하물로 위탁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며, 모든 사람이 적용받는 안전규정을 특정 상황의 워킹맘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기내 모유반입 금지에 분노한 출장길 워킹맘
입력 2016-04-24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