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덮친 日 구마모토의 특별한 대피소

입력 2016-04-24 20:21

지진 등 대형 재난으로 피난 생활을 하는 이재민에게 반려동물은 골칫거리다. 가족이기에 함께 있고 싶지만 대피소에서 시끄럽게 울거나 배설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함부로 데려가기도 어렵다. 지진으로 대피 생활이 장기화된 일본 구마모토에서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배려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구마모토현 마시키 마을의 종합체육관에는 조금 특별한 대피소가 있다. 육상경기장 인근 광장에 마련된 가로 3m, 세로 5m짜리 6인용 텐트 20여개는 ‘반려동물과 주인이 함께하는 텐트’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피난 생활을 이어가는 이재민이 머무는 곳이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21일 마을 주민이었던 요시무라 야에(73·여)씨는 텐트 안에서 강아지 ‘해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는 “(여진 우려 때문에) 해리가 덜덜 떨어 진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요시무라씨는 지진이 처음 발생한 지난 14일부터 해리를 데리고 대피했지만 여진 때마다 시끄럽게 짖어 비가 내려도 사람이 많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비영리단체(NPO) ‘피스윈즈재팬’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텐트를 만들면서 요시무라씨의 고민은 해결됐다. 피스윈즈재팬 관계자는 “날씨가 좋으면 반려동물과 산책도 할 수 있다”며 “줄곧 좁은 차 안이나 텐트에서만 머무르는 이재민의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난처에 반려동물 반입을 금지했던 일본 정부도 이번만큼은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조건 하에 반려동물 반입을 허용키로 방침을 바꿨다. 지진 피해를 본 후쿠시마에서 유기된 개와 고양이가 지역사회 재건에 걸림돌이 되자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환경성은 23일부터 재난 지역에서 ‘반려동물 위탁 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보타 유키 나고야대 교수는 “반려동물을 가족은 물론 마음의 버팀목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며 “이들과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 사이에 구역을 나누는 등 공존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