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500년 맥주법에… 獨맥주 발목 잡혀

입력 2016-04-24 20:22 수정 2016-04-24 22:01

독일 맥주는 순수하기로 유명하다. 홉, 맥아, 효모, 물 이외에 다른 원료를 넣어선 안 된다는 ‘맥주법’이 오랜 세월 지켜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3일(현지시간) 제정 500주년을 맞은 이 법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맥주법이 오히려 독일 맥주 산업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됐다고 전했다.

맥주법의 정식 명칭은 라인하이츠게보트(Reinheitsgebot)다. 우리말로 ‘맥주순수령’으로 번역된다. 1516년 바이에른 주의회에서 바이에른 공국 빌헬름 4세가 공표했다. 당시 밀맥주 제조로 밀 가격이 치솟는 걸 막기 위해 정해진 원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훗날 독일을 통일한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의 명령으로 맥주법은 독일 전역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덕에 독일 맥주는 세계 어느 곳보다 독특한 브랜드를 굳혔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종류와 품질의 맥주가 개발되면서 맥주법은 독일인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손해를 보는 건 다양성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벨기에, 중국에서 소비자 기호에 맞는 각양각색의 맥주가 나왔지만 독일은 이 법에 묶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독일에서는 맥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알코올성 맥아음료’가 인기를 끄는 한편 와인 붐도 일고 있다. 반면 맥주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시들어 지난해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990년 148ℓ의 3분의 2 수준인 106ℓ로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가 독일의 상징이 됐지만 정작 주인공인 맥주는 축제의 흥을 돋우지 못하게 됐다”고 평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