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각국의 규제 기관에 서로 제기한 고발을 모두 취하키로 했다. 유럽연합(EU)이 구글 등에 대한 규제 압박을 강화하자 미국 IT 기업들이 내부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법적인 것이 아니라 제품으로 경쟁하기를 원한다”면서 모든 국가의 규제 기관에 낸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MS도 “법적인 우선순위가 바뀜에 따라 구글에 대한 모든 고발을 취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두 회사는 EU를 포함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인도 등에서 반독점, 특허 문제 등에 대한 문제를 규제 기관에 제기했다.
무엇보다 두 회사가 극적인 화해를 한 시점이 EU의 구글 반독점 결론 이후라는 것이 눈길을 끈다. EU를 시작으로 다른 나라도 구글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MS와 구글이 일종의 평화협정을 체결한 셈이다. IT 기업 간 분쟁은 정부의 규제 판단에서도 일정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MS는 구글의 검색 사업이 독과점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 ‘페어서치’와 ‘아이콤프’ 등에 참여했으나 최근 탈퇴했다. MS와 구글은 이번 발표가 오랜 기간 논의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양사가 서로에게 우호적 입장을 취하게 된 건 최고경영자(CEO)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모두 인도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대학을 인도에서 나온 뒤 미국으로 옮긴 공통점도 있다. 같은 직장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는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양사는 전 MS 및 구글 CEO인 스티브 발머와 에릭 슈미트가 있을 때보다 훨씬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 전성시절 절대 강자였던 MS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자 큰 위기에 빠졌다. 당시 발머와 슈미트는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두고 격한 대립을 벌였다.
반면 나델라는 취임 이후 모바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글, 애플 등과 경쟁보다 협업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 MS와 구글처럼 미국 IT 기업들이 외부 위협에 맞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에서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거액의 배상금을 물 위기에 처하면서 반대로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미국 칩셋 제조업체 퀄컴에 대한 반독점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EU는 퀼컴이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해 고객사들에 칩셋 구매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약탈적 가격 정책으로 경쟁 업체를 고사시키려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EU는 개인정보와 탈세 등의 이유로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구글·MS “맞고발 전면 철회”… 反EU 동맹군으로 뭉친다
입력 2016-04-25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