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광고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A씨(26·여)는 일주일에 두 번 퇴근한다. 나머지 시간은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한다. 이렇게 일하는 A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40만원이다.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경우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돼 있지만 받아본 적이 없다. A씨는 “경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업계라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어렵다”고 푸념했다.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은 24일 ‘청년 열정페이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기준 15∼29세 청년 근로자 399만명 중 63만5000명(17.0%)이 A씨처럼 최저임금 미만의 돈을 받고 일하는 열정페이 청년이라고 밝혔다. 청년 근로자 5명 중 1명꼴로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44만9000명이던 열정페이 청년은 지난해 63만5000명으로 4년 만에 20만명 가까이 늘었다. 이로 인해 임금근로자 청년 대비 비중도 같은 기간 12.3%에서 17.0%로 4.7% 포인트 급등했다.
열정페이 청년은 월평균 71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시급으로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지난해 기준 5580원)에 미치지 못하는 4515원이었다. 비(非)열정페이 청년이 받는 임금(월급 185만원·시급 1만741원)의 40% 수준에 그쳤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율도 27.8%에 불과해 사측의 부당해고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열정페이를 감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업·학원수강·직업훈련·취입준비를 병행하기 위해’라고 답한 청년이 가장 많았지만 실제 직장에서 교육·훈련을 받은 열정페이 청년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나이가 어리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일수록 ‘열정페이’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15∼19세 열정페이 청년 비중은 57.6%로 2011년에 비해 5.9% 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25∼29세 열정페이 비중은 6.7%에 그쳤다. 취업을 위해 경력이 필요한 대학 재학생이나 고졸 취업준비생들의 처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열정페이 청년이 46.5%로 절반에 육박했다.
현경연 이준협 연구위원은 “올해에도 최저임금이 8.1% 상승했지만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에 머물 전망이어서 열정페이 청년이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며 “저임금 청년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장려금과 연금·보험 등을 지원하는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열정페이 청년’ 역대 최다… 5명 중 1명
입력 2016-04-24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