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이거 어떻게 작동하는 건가요”
이이삭(12)군이 손을 번쩍 들자 로봇의 팔도 같이 올라갔다. 고개를 숙이고 박수치는 동작도 따라했다. 권주완(11)군이 물었다. “센서 몇 개가 사용됐나요?” 조영현(11)양도 거들었다. “어떤 기술을 적용하면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나요?” SK텔레콤 관계자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4G보다 100여배 빠른 5G 기술이 도입되면 이런 로봇 설계가 가능하다”고 하자 권군이 “그럼 내가 그런 로봇을 꼭 만들 거예요”라며 환히 웃었다.
지난 22일 전북 완주군 봉동초등학교. 학교 발명반 아이들이 운동장에 들어선 SK텔레콤의 이동형 ICT 전시장 ‘티움(T.um) 모바일’ 전시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양궁 쏘기와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한 체험 등 10개의 부스를 돌던 학생들의 눈빛은 5G 로봇에서 멈춰 섰다. 단순히 신기하다는 반응을 넘어 “어떤 코딩 방식을 썼느냐”는 고급 질문도 이어졌다. 발명반을 지도하는 심재국(43) 교사가 눈을 찡끗하며 말했다. “로봇을 대하는 우리 아이들 수준이 이렇게 높습니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진행된 ‘티움 모바일’의 완주 전시는 심 교사의 전화 한통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봉동초 발명반 아이들은 “저런 로봇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했다. 과학 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골 학생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던 심 교사는 지난달 15일 SK텔레콤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통신과 접목된 로봇 개발, 그리고 VR 등 시골 학생들이 접할 수 없는 IT 기기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2014년 8월 시작해 전국 19곳의 지방을 돌며 ICT 기술을 전파해온 티움 모바일의 취지와도 ‘딱’ 맞았다.
심 교사의 ‘러브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봉동초에 부임해 발명반을 맡은 심 교사는 발명반 학생 대부분이 로봇과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았지만 기자재가 변변치 않은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고민하던 심 교사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완주군청 등에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했다. “지방이지만 첨단 과학 기술에 관심 있는 학생이 많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꿈을 지원해줘야 하지 않느냐” 끈질긴 설득 끝에 예산을 받은 심 교사는 지난해 발명반 아이들과 함께 뉴질랜드 켄터베리대학교를 방문해 특강을 들었다. 발명반 내에 레고와 센서를 조합해 로봇 발명품을 제작할 수 있는 ‘레고 마인드스톰 EV3’ 기기도 마련했다.
심 교사의 노력 덕에 성과도 나오고 있다. 봉동초 발명반은 지난해 교육부의 ‘소프트웨어 교육 수기·앱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조영현양이 기획한 ‘태양열 이용 음식물 쓰레기 처리 로봇’은 오는 5월 미국 아칸소주립대에서 열리는 로봇세계대회 출전을 확정했다. “공부부터 하라”던 학부모들도 이제 열성으로 자녀를 응원하고 있다.
심 교사는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의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발명반의 목표”라며 “지방의 목소리와 현실에 귀 기울이는 기관과 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완주=글·사진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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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T’ 체험한 시골 아이들, 꿈이 펼쳐진다
입력 2016-04-24 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