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 직전 주식 판 한진해운 오너家 의혹 밝혀야

입력 2016-04-24 17:58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겠다고 밝히기 직전 전 회장이자 특수관계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오너가의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6일부터 자율협약 결정 발표 이틀 전인 20일까지 두 딸의 주식을 포함해 모두 96만7927주를 전량 매각했다. 21일 종가 기준으로 27억원 수준이다. 최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3남 조수호 회장의 부인으로 2006년 남편이 사망한 뒤 한진해운을 경영했다.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고 이번에 보유하던 주식을 처리한 것이다.

쟁점은 최 회장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 추후 예상되는 대주주 감자나 채권단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을 회피했는지 여부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자본시장법을 어긴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 부분에 대해 엄정히 조사해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겠다.

우리 앞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가세해 협의체를 구성키로 하는 등 구조조정은 이제 당위로 여겨진다. 대대적인 실직이 벌써 가시화되면서 현실은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조선업의 경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최대 2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됐다. 해운업 역시 상황은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오너일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위법 행위를 했다면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구조조정의 성패는 고통 분담에 달려 있다. 경영진과 대주주, 근로자, 채권단 등 이해당사자 간 손실 분담이 엄격히 적용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당국이 최 회장의 주식 매각 경위를 한점 의혹 없이 파헤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