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침침하고 시야가 찌그러져 보일 때 의심해 볼 수 있는 안질환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연령 관련 황반변성’이다. 노화로 망막 중심 부위 황반부가 변질돼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라도 사물의 중심이 까맣게 보이는 암점(暗点)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황반변성 때문일 가능성보다는 황반주름 때문일 확률이 더 높다고 안과 의사들은 지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황반주름으로 눈 수술을 받는 환자가 2011년 1만5615명에서 2015년 4만850명으로 최근 5년간 2.6배나 크게 늘어났다. 2011∼2014년에 연평균 20.9%의 증가율을 보이다가 지난해 안구광학단층촬영(OCT) 검사의 건강보험급여 확대적용과 함께 전년대비 47.9%나 껑충 뛴 것이 기폭제가 됐다. OCT검사는 시신경과 망막의 단층영상 및 횡단면 상태를 측정하는 검사다.
지난해 황반주름 수술 환자 가운데 여자는 2만5822명으로 남자(1만5028명)보다 1만명 이상 많았다. 이 같은 현상은 2011∼2014년에도 있었다. 황반주름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많이 생기는 병이란 뜻이다.
노란 반점이란 뜻의 황반(黃斑)은 망막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타원형의 진한 갈색 점이다. 직경은 약 3㎜이고 정중앙이 0.5㎜ 정도 오목하게 함몰된 구조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권오웅 원장은 25일 “맨 눈으로 볼 때 볼펜 자국처럼 아주 작은 조직이지만, 인간을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창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황반주름은 한마디로 망막 앞에 또 다른 막(망막앞막)이 생기고, 그 막이 쪼그라들며 시력 장애를 유발하는 병이다. 전 연령에 걸쳐 생길 수 있지만 노화가 본격적으로 가속되는 50대 이후 많이 발견된다.
유병률은 인구의 2∼7% 정도로 추정된다. 눈 수술 후, 염증성 안질환을 앓은 후, 망막박리 및 망막열공 레이저 치료 후 잘 발생한다. 노화 외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황반주름’도 흔하다.
망막앞막은 보통 수정체와 망막 사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는 투명한 젤리와 같은 조직인 유리체가 노화로 힘을 잃고 망막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유리체가 망막에서 떨어지면 망막 표면이 손상되고, 그 상처 복구를 위해 다양한 세포가 모이면서 새로운 막(망막앞막)을 만든다. 이 앞막이 시간이 지날수록 두꺼워지고 쪼그라들면서 황반을 잡아당겨 주름살을 만든 것이 황반주름이다.
황반주름은 망막 앞에 붙어있는 막을 수술로 걷어내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수술은 엉덩이 주사를 놓을 때 사용하는 바늘 정도 굵기의 가느다란 기구 3개를 눈 속으로 찔러 넣은 후 한 곳으로는 물 또는 가스를 넣고, 다른 한 곳으로는 빛을 비추며, 나머지 한 곳으로 유리체를 절제하고 미세 집게로 망막앞막을 집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황반주름 제거수술을 받으면 일반적으로 백내장이 발생해 백내장 수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황반주름 제거수술과 동시에 백내장 수술을 함께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수술 후 한 달 가량 골프와 음주가 금지된다. 사우나도 안 된다. 심지어 머리를 감을 때도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족의 도움을 받아 누운 채 감아야 한다. 얼굴도 물로 씻기보다는 물 티슈나 물수건으로 닦아내는 방법이 권장된다.
권 원장은 “특별한 합병증이 일어나지 않는 한 수술 2∼3일 후부터 컴퓨터 작업 등 일상적인 업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력과 망막상태가 호전되는데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으므로 수술 후 계속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황반주름 장·노년기의 소리없는 ‘시력 도둑’
입력 2016-04-25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