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어머니’ 둔 노무라, LPGA 2승 눈앞

입력 2016-04-24 20:48
한국인 어머니를 둔 노무라 하루(일본)가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6천50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 3라운드 1번홀에서 세컨드샷을 날린 뒤 볼을 쳐다보고 있다. AP뉴시스

“한국에 있으면 한국 사람도 아니고, 일본 가면 또 일본 사람도 아니고 그런 게 있어요.”

지난해 9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한 노무라 하루(24·일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그는 7세 때 한국으로 와 서울 불광초등, 명지중, 명지고를 나왔다. 한국에서 쓴 문민경이라는 이름은 어머니(문소영) 성씨를 따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외할머니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노무라는 한국과 일본 주니어대회 강자로 꼽혔다. 중3이던 2007년 일본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고, 고교시절 여러 차례 일본 프로대회에 출전해 베스트 아마추어상을 여러 번 수상하는 등 일본에선 더 좋은 성적을 냈다.

2010년 12월 아버지 나라인 일본 국적을 택하며 ‘노무라 하루쿄(野村敏京)’가 됐다. 한국이 일본보다 선수층이 두터워 성적내기가 어려웠고 일본투어 상금 규모가 한국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이듬해 프로 자격으로 처음 출전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브리지스톤 레이디스오픈에서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기록으로 우승하며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어보다 능숙하지 못한 일본어 실력 때문에 일본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아주 어색한 하루쿄(敏京)란 한국식 이름을 고집하면서 일본 팬들의 외면을 사기도 했다.

첫 우승 당시 인터뷰에서 그가 서툰 일본어로 밝힌 “대한민국은 진짜 집이라는 느낌, 일본은 골프를 위한 가정, 그리고 미국은 꿈의 무대”란 발언도 일본인들에게 썩 유쾌하지만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탓에 정서상 한국인이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한국선수들과 더욱 친하게 다닌다. 한화는 지난해 초 그의 가능성을 믿고 일본에서 외면 받은 그를 한화골프단에 입단시켰다. 9월 우승상금 3억원이 걸린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올 들어 기량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LPGA 투어 상금랭킹 66위로 부진했지만 올해 2월 호주여자오픈에서 프로데뷔 5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상승세를 탄 노무라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머세드 골프클럽(파72·6천50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지키며 통산 2승째를 눈앞에 뒀다. 중간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친 그는 공동 2위 최나연(29·SK텔레콤), 리 안 페이스(남아공)에 3타차 앞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 현재 세계랭킹 36위로 일본 선수 가운데 가장 랭킹이 높아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8월 리우올림픽 일본 대표를 사실상 굳히게 된다.

유도의 추성훈처럼 한·일 양국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그는 “(정체성 같은) 그런 것 다 신경쓰면 나만 힘들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생각 안하려고 한다”며 골프화 끈을 동여맸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