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을 추월하여 경제력 세계 1위에 등극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추월하였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급성장한 중국이 군사·안보 면에서 미국에 도전해 올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중국의 성장을 기정사실화한다. 또 중국을 활용하기 위해 전 국민의 중국 이해가 필수라는 현실론에 입각해 분야별로 ‘중국의 시대’를 준비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교육 분야에서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중국어 교육 지원 정책에 따라 이미 4000여 초·중·고교에 중국어 과정이 개설돼 있다. 중국어와 영어로 수업하는 이중 언어 몰입교육을 하는 초등학교도 이미 200개가 넘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9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에게 2020년까지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학생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수십개의 싱크탱크는 경쟁적으로 중국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설립목적이나 후원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대중국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보다 많은 중국정보 획득과 정확한 분석의 추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같이 미국에서 수많은 싱크탱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기업과 개인의 재정 후원이 풍부한 데다 싱크탱크와 국무부, 국방부, CIA 등 안보 관련 부서의 인적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갖출 수 있는 연구 토양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2000년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설립한 미·중 경제전략위원회 같은 기구를 보면 중국을 대하는 미국 정치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이 기구는 1년 동안 중국의 대내외 관계 및 미·중 양국 관계 등을 종합 분석·검토해 이 가운데 미국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를 의회에 건의한다. 의회가 이 건의안을 심사하여 결의안으로 통과시키면 행정부가 이를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구조다. 미국 국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많은 중국 관련 이슈에 대해 의원들이 직접 검토할 시간적 여유나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는 대표적 예다. 이 위원회를 통해 중국 전문가나 기업인, 정치인, 외교관들의 중국 관련 경험과 지식이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집단 지성화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본 또한 오랫동안 중국을 연구한 역사가 있다. 중국의 정치외교 관련 이슈에 관해서는 와세다대를 중심으로 10여개의 연구단체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노무라연구소나 미쓰이, 도요타 등 대기업 중국 연구소들은 주로 중국 경제와 사회 변화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수의 개인 연구자가 중국의 특정분야에 관해 장기 연구를 진행하는 일본 특유의 학문적 전통과 사회현상이 중국 연구에 대한 일본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이렇다 할 중국 연구 싱크탱크가 없다. 기업과 대학 중에서는 아산정책연구소와 성균중국연구소 정도 밖에 없다. 특히 기업 소속 중국 연구소는 공공재로서의 중국 연구보다는 회사의 영리목적 달성을 위한 연구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한국 내 중국 전문가들의 중국 연구는 학제 간 연구 등이 결여된 각개 전투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정부 차원의 중국 연구 싱크탱크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의 지식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흡수, 활용할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보다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중국의 중요 이슈에 대한 국민적 담론 형성과 집단지성화 작업의 구심점 역할을 위해서 미·중 경제전략위원회와 같은 기구의 설치가 시급하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중국연구원)
[한반도포커스-정상기] 정부차원 ‘중국 싱크탱크’ 필요
입력 2016-04-24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