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날아들면/ 향토 음식이 모자라게 돼/ 가격이 뛰어오르지만/ 우리의 임금은 낮은 그대로다(중략) 관광객들이 날아들면/ 우리는 길가의 외교관이 되라고 요구 받는다(후략).’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올랐던 말레이시아의 인권변호사이자 저항 시인 세실 라젠드라의 시 ‘관광객들이 날아들면’의 일부다. 시는 말레이시아 페낭섬에서 2주간 열리는 축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 이 지역 남자들은 그물을 버리고 웨이터가 되고 성스러운 의식은 10센트짜리 쇼로 변한다. 그렇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 주민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물가는 치솟지만 현지인 임금은 그대로이고 굶주린 일상조차 관광객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후 요즘은 관광 분위기가 좋다. 중국 기업이 직원 수천 명을 이끌고 한국을 찾으면 이들이 먹고 쓴 것들은 뉴스가 된다.
페낭의 관광이 한국보다는 나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신경 쓰는 관광객들은 페낭의 자연,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았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쇼핑과 성형이다. 정부는 올해도 유커들을 위해 쇼핑과 의료 서비스 제공에 힘을 쏟고 있다. 이달엔 면세점 추가 여부를 발표한다. 정부가 최근 관광객 증가를 강조하는 것을 두고 면세점이 두세 곳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재방문 비율은 계속 감소했다. 특히 유커의 재방문율은 2012년 29.7%에서 2014년 20.2%로 줄었다. 재방문할 매력이 한국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들이 어디로 가기를/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지/ 그들에게 말해줄 수만 있다면.’ 라젠드라의 시 마지막을 정부에 질문 대신 건넨다. 한국으로 날아든 유커에게 정부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서윤경 차장 y27k@kmib.co.kr
[한마당-서윤경] ‘관광객들이 날아들면’
입력 2016-04-24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