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연극·뮤지컬 쏟아진다

입력 2016-04-24 20:48
최근 공연계에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과 뮤지컬 제작이 붐을 이루고 있다. 장준환 감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지구를 지켜라’(위쪽)가 대학로에서 인기리에 공연중이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전환시킨 ‘보디가드’(오른쪽)가 오는 12월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제작될 예정이다. 프로스랩·CJ E&M 제공

지난 9일 개막한 연극 ‘지구를 지켜라’(5월 2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장준환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영화의 유명세도 있지만 키(샤이니)·지현준·강필석·김도빈·이율·정원영 등 인기배우들의 출연, 그리고 원작영화와 구별되는 연극만의 매력을 살린 조용신 각색·이지나 연출이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이끌고 있다.

◇영화 원작으로 한 연극과 뮤지컬 봇물=‘지구를 지켜라’외에도 영화가 원작인 연극이나 뮤지컬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뮤지컬 창작산실에서 선보인 ‘안녕! 유에프오’와 ‘신과 함께 가라’를 비롯해 연극 ‘아들’(6월 7일∼7월 24일 아트원시어터), 뮤지컬 ‘국경의 남쪽’(5월 31일∼6월 1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연극 ‘장수상회’(5월 5∼29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등이 예정돼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로는 오는 9월 재공연되는 ‘킹키부츠’나 12월 국내 초연되는 ‘보디가드’가 있다.

소설과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세를 탄 뒤 연극이나 뮤지컬로 제작되는 경우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올초 국내 연극계 최초로 레플리카 프로덕션(원작 프로덕션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으로 선보인 ‘렛미인’이나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원래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순수 창작보다 원작을 토대로 제작된 경우가 많다. 요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킹키부츠’ ‘아메리칸 사이코’ ‘파인딩 네버랜드’ ‘스쿨 오브 락’ ‘웨이트리스’ ‘컬러 퍼플’ 등은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이다. 애니메이션까지 포함하면 디즈니의 ‘알라딘’ ‘라이온킹’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원작이 많은 이유 그리고 성공 여부는?=뮤지컬 칼럼니스트인 조용신 CJ아지트 예술감독은 “영상시대인 요즘 영화를 각색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면서 “소설이나 희곡과 비교해 영화는 2∼3시간 정도의 길이여서 연극이나 뮤지컬과 호흡이 비슷하다. 각색하기도 수월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 제작사 입장에서 탄탄한 창작대본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스토리가 홍보 및 투자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CJ E&M의 박민선 본부장은 “영화사 입장에선 흘러간 영화가 연극이나 뮤지컬로 만들어져 새로운 생명을 얻고 다시 부가가치가 생긴다는 점에서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국의 경우 영화 제작사들이 앞장서 작품의 무대화에 나서는데 비해 한국은 아직 공연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공연 제작사들이 먼저 영화계에 제안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더 그렇다. 뮤지컬 칼럼니스트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나왔던 무비컬이 대부분 원작의 유명세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무대적인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면서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를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극적 구조를 새롭게 만들거나 참신한 무대기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은 원작 애니메이션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참신한 무대기법으로 전 세계 뮤지컬계의 강자가 됐다. ‘라이온 킹’에 나오는 가면 쓴 동물들이나 ‘알라딘’의 무대 위 마술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박 본부장은 “유명한 영화를 무대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로 성공사례들을 보면 ‘킹키부츠’ ‘프로듀서스’ 등 대중적이지 않은 B급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 히트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끊임없이 원작과 비교당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도 좁아서 더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