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선 출마하시죠”… 金 “당 분란 계속땐 돕기 어렵다”

입력 2016-04-23 05:22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관련 논쟁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경선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주류 진영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비주류·온건파 측은 “합의추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문재인 전 대표는 22일 서울 모처에서 김 대표와 만찬회동을 갖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대표 경선 출마를 권유했고, 김 대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또 문 전 대표에게 “지난달 중앙위원회 파동과 같은 당내 분란이 반복되면 더 이상 돕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이날도 하루 종일 당대표 선출 방식 관련 논란이 계속됐다. 주류 중진인 설훈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총선에서 역할을 다했으니 잠시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대선까지 ‘김종인 체제’로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경선을 안 한다는 것은 우스운 얘기”라고 했다. 설 의원은 또 “(4·13총선에서) 김 대표의 공이라는 부분에 대해 동의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호남 패배를 언급하며 “김 대표의 셀프공천 및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폄하성 발언이 결정타가 됐다”며 “(김 대표가) 셀프공천 이후로 완전히 가버렸다”고도 했다.

주류 측인 부산의 전재수 당선인도 “역량이 검증된 분들이 도전하겠다면 당연히 경선해야 한다”며 “합의추대는 당이 어려운 상황일 때 하는 것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전 당선인은 전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의 잔여임기 동안 당을 이끄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주류·온건파 진영에서는 합의추대 가능성과 전당대회 연기론이 계속 언급됐다. 김부겸 당선인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합의추대를) 배제하지 말되 전대 출마자들의 견해가 묵살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결론을 쉽게 내지 말고,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당선인은 전대를 일정 기간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송영길 당선인은 광주 지역 언론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총선 민심은 박근혜정권과 여당의 경제파탄을 심판하고 셀프공천 이후 더민주의 난맥상을 심판한 것인데, 합의추대는 정부·여당 심판만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선이 진행될 경우 이인영 박영선 정청래 의원 등의 출마도 예견된다.

한편 더민주는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전대준비위와 당 중앙선관위 설치를 의결하고 구성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해 달라고 당무위에 요청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