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바람이 휩쓸었던 서울에서 살아남은 새누리당 당선인 8명이 22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당심이 아닌 민심을 기준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과반 의석이었을 때 원내대표처럼 꽃가마 타는 자리가 아니다. 희생하는 마음으로 당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경북지역 당선인 간담회에 참석해 “죄인의 마음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심하게 졌고 서울에서 크게 패했다”며 “수도권 민심이 당 쇄신에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혁신모임에서 주장하는 ‘친박 2선 후퇴론’과 같은 맥락이다. 이 자리엔 김성태 이종구 이혜훈 오신환 이은재 정양석 지상욱 당선인이 참석했다. 나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혜훈 당선인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날 모임에서 나 의원을 지지하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 당선인 12명은 대부분 비박(비박근혜)으로 분류된다.
총선 참패 후 외부 활동을 자제했던 최 의원은 경북도당에서 열린 당선인 정책 간담회에서 “모두가 죄인의 마음으로 겸허하게 반성하고 숙고해 당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 때문에 졌다는 지적엔 “내 탓 네 탓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지금은 당권 도전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럴 때가 아니지 않느냐”며 “당 수습이 우선이고 무슨 자리를 하겠다고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 한 의원이 대구·경북(TK) 내 교통정리를 위해서라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해달라고 하자 최 의원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 중엔 “TK가 움츠려만 있어선 안 된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나경원, 원내대표 도전 워밍업?
입력 2016-04-22 21:10 수정 2016-04-23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