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안전불감증’이 열차 탈선 사고를 일으켰다. 곡선구간을 달리던 열차가 관제지시를 무시하고 과속하다 탈선해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시속 45㎞ 제한 구간에서 무려 127㎞로 과속하다 벌어진 전형적인 인재였다.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여수엑스포역으로 향하던 제1517 무궁화호 열차는 22일 오전 3시40분쯤 전남 여수시 율촌면 월산리 율촌역 인근에서 전체 9량 중 기관차 1량과 객차 4량이 선로를 벗어났다. 율촌역을 200m 앞두고 철로의 신호 기둥과 2차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기관사 양모(53)씨가 숨지고 부기관사가 중상을 입었으며 정모(55)씨 등 7명이 경상을 입었다. 당시 열차에는 승객 22명, 기관사 2명, 승무원 3명 등 총 2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열차는 전날 오후 10시45분쯤 용산역을 출발했다. 승객이 많은 낮 시간대나 주말에 발생했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번 사고는 안전을 소홀히 한 인재였다.
광주지방철도경찰대 등에 따르면 사고 열차 기관사는 선로를 변경하고 속도를 줄이도록 한 관제 지시를 따르지 않고 과속을 하다가 탈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열차는 전라선 율촌역으로 진입하면서 상행선에서 하행선으로 선로를 제대로 바꾸지 않았다. 사고 지점은 선로가 바뀌는 지점(상행→하행선)으로 곡선 코스여서 시속 45㎞ 이하로 속도를 줄여야 했는데도 시속 127㎞로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가 말을 들어보면 이번 사고는 대단히 원시적인 형태의 사고”라며 “분기점에서 속도를 줄여 운행해야 하는데 과속하면서 선로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안전관리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코레일과 경찰은 부기관사와 관제사 등을 상대로 한 원인 조사와 함께 블랙박스와 무전기록을 분석해 실제 관제 지시가 제대로 내려졌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이날 오후 10시까지 긴급 복구를 완료해 단선으로 운행할 예정이며 밤샘 복구 작업을 통해 여수엑스포역을 23일 오전 5시에 출발하는 첫 열차(KTX 702열차)부터는 정상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신탄진 화물열차 탈선사고에 이어 한 달여 만에 탈선사고가 발생해 코레일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사퇴한 시기에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자 공백에 따른 조직의 기강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도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재중 기자, 여수=김영균 기자 jjkim@kmib.co.kr
시속 45㎞ 제한구간을 127㎞로 ‘안전 탈선’… 여수서 무궁화호 탈선 사고
입력 2016-04-22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