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36)과 유한준(35)은 올 시즌부터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활약 중이다. LG 트윈스에서 뛰던 이진영은 2차 드래프트로, 넥센 히어로즈 출신의 유한준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두 베테랑은 새 팀에서 힘들 법도 하지만 늘 하던 것처럼 변함없이 훈련하며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들의 비율이 높은 kt에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kt는 최근 외국인 투수 요한 피노와 슈가 레이 마리몬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4연패를 당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형님’들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타선에서 펄펄 날며 제 역할을 해준 덕분에 연패를 끊었다. 꼴찌에 머물렀던 지난해와는 달리 베테랑 선수들의 가세로 ‘막내 구단’ kt에 위기를 탈출하는 능력이 생겼다.
kt는 21일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8대 3으로 승리해 4연패에서 벗어났다. 이진영은 5타수 4안타(1홈런)로 맹타를 휘두르며 연패 탈출의 선봉장이 됐다. 이진영은 “팀이 연패를 탈출해 기쁘다. 선수단 전체가 좋은 분위기를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영은 최근 5번 지명타자로 나서 상·하위 타선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위 타선이 만든 득점 기회를 직접 해결하거나 하위 타선으로 연결한다. 타선의 허리가 강해지다 보니 득점 기회도 잦아졌다. 이진영의 시즌 타율은 0.393까지 뛰어올랐다. 22일 기준 리그 전체 3위 기록이다.
유한준은 타율 0.390으로 이진영에 이어 공동 4위다. 유한준은 이진영의 바로 앞인 kt의 4번 타순에서 힘을 내고 있다. 최근 kt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고민 중 하나는 4번 타자였다. 타자들이 4번 타순에만 가면 성적이 좋지 않았다. 유한준은 이 고민을 말끔히 해결했다. 유한준은 “4번 타순이 특별히 부담되는 건 아니다. 단지 시즌 초반 성적이 조금 떨어지다 보니 나오는 얘기다”라며 “타격 순서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기회가 오면 어디서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한준은 두산과의 3연전 동안 10타수 7안타(2홈런)로 활약했다. 연패 기간에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4번 타자로 나서 꾸준히 안타를 때렸다. 3안타 경기만 두 번이나 된다.
kt 조범현 감독은 베테랑들의 활약을 연패 탈출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조 감독은 “연패 분위기 속에서 중심 타선이 공격에서 활약해 경기 흐름을 잘 이끌었다”고 말했다.
kt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다. 다만 지난 시즌에는 선수단 전체가 첫 도전을 하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경험이 쌓이고 베테랑들이 가세한 올해는 다르다. 유한준은 “어린 선수들은 밝고 긍정적이다. 그런 모습을 많이 배우고 있다”며 “먼저 솔선수범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선수단 전체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막내 kt 이끄는 ‘형님파워’… 둥지 옮긴 이진영·유한준 펄펄
입력 2016-04-22 20:06 수정 2016-04-22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