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들 격분시킨 옥시의 ‘이메일 사과’

입력 2016-04-22 17:23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최대 가해자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영국 본사가 한국지사에 사건 은폐와 대응전략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옥시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달랑 이메일로 사과하는 무성의한 작태를 드러냈다. 후진국 기업도 아니고 영국계 다국적기업이 조직적으로 범죄 증거를 인멸하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온라인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책임을 모면하려고 온갖 술수를 부리는 옥시가 자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은 21일 영국 본사 책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조사를 거부하면 범죄인 인도 청구에 따른 송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주부터 핵심 책임자를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외국에서 정화조 청소용으로 사용하는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성분으로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한 옥시의 영국 본사와 한국법인 전·현직 관련자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하기 바란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내놓은 옥시의 사과문은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 옥시는 21일 홍보대행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언론에 보냈다. 제목만 봐서는 사과를 하는 건지, 보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사과문은 ‘진심으로 사과한다’ ‘2014년 50억원에 이어 50억원을 추가로 출연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과문에는 한국법인 홍보담당자 1명과 홍보대행사 2명의 연락처만 적혀 있다. 회사 명의의 문서가 아니라고 해도 무방한 이메일이다. 피해자와 가족 등이 공식 사과가 아니라고 일축한 것은 당연하다. 2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롯데마트는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다. 103명의 사망자를 낸 옥시의 가증한 증거인멸과 몰염치한 사과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