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유니폼은 매우 중요하다. 정체성을 나타내고 팬들에게 동질감을 선사한다. 특히 요즘 프로야구가 큰 인기를 끌면서 구단이나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야구복을 입고 응원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가 됐다. 이런 유니폼에 대한 역사와 특징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프로야구를 즐기는 데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야구 유니폼은 미국의 뉴욕 니커보커스 클럽이 1849년 처음 입었다. 당시 유니폼은 경기복이라기보다 신사복에 가까웠다. 모직 바지와 플란넬 셔츠를 입었고, 밀짚모자를 썼다.
이런 야구 유니폼을 어느 정도 현대식으로 바꾼 팀이 메이저리그 최초의 팀 신시내티 레즈의 전신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다. 1869년 창단한 신시내티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니커스라는 바지를 입었고, 아래로 빨간 양말을 신었다.
이런 양말이 유행이 돼 1882년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선 팀 구별을 양말 색깔로 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라는 이름이 생긴 유래다.
메이저리그에선 1890년대가 되면서 대변혁을 맞는다. 팀들의 정착과 원정경기가 늘면서 백색 일변도였던 유니폼 색깔이 홈경기와 원정경기에 따라 달라졌다. 이때부터 대체적으로 홈경기에선 흰색, 원정경기에선 회색 유니폼을 입는 게 일반화됐다. 이렇게 홈과 원정 경기에서 착용하는 유니폼 색깔이 달라진 것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이야기는 원정경기에선 유니폼을 빨래하기 쉽지 않아 흙이 묻어도 때가 덜 타는 회색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흑백 TV가 미국 전역에 보급되면서 시청자들이 팀을 구별하기 위해 홈과 원정 팀 옷을 구별했다는 설도 있다.
이런 전통이 한동안 이어졌지만 1960년대부터 갑자기 달라졌다. 섬유산업이 발달하며 각 구단이 다양한 색깔의 유니폼을 만들었다.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전신)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익숙하지 않은 갈색과 노란색 유니폼을 착용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무지개색깔을 유니폼에 도입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976년 반바지 유니폼을 입기까지 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이런 움직임이 둔화되고 과거로 회귀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규칙 3조 3항 ‘선수 유니폼’에는 ‘홈경기는 흰색, 원정경기는 다른 색깔을 입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래도 옛 전통 등을 감안해 대부분의 구단은 원정경기 때 하의는 회색 옷을 선택한다. 또 이벤트성으로 가끔 옛날 유니폼을 입는 행사를 벌이거나 지역 특색에 맞는 유니폼을 새로 제작하기도 한다. 미국 해군기지가 있는 샌디에이고가 종종 군복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에선 유니폼이 중구난방이었다. 홈경기와 원정경기의 구별이 없었다. 실제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1982년 삼성 라이온즈는 홈과 원정 경기에서 파란색과 빨간색 유니폼을 번갈아 입었다. 롯데 자이언츠도 트레이드마크였던 하늘색 유니폼을, 해태 타이거즈도 강렬한 빨간색과 검은색의 유니폼을 자주 착용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90년대부터 홈과 원정 경기 유니폼을 구별했다. 다만 색깔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프로야구 공식 야구규칙 1조 11항 ‘유니폼’ 규정에는 ‘각 팀은 홈경기용으로 흰색 또는 유색(有色), 원정경기용으로 유색 유니폼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정돼 있다. 한화 이글스가 홈경기도 주중 경기는 흰색, 주말 경기는 주황색 유니폼을 걸치는 게 가능한 이유다. NC 다이노스도 골드색 유니폼을 올 시즌 주말 홈경기마다 입는다. 그래도 메이저리그와 달리 하의는 홈과 원정 가리지 않고 똑같은 색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 유행을 따라 옛 유니폼을 입는 행사를 벌인다. SK가 옛 태평양 시절 옷을, 롯데와 삼성, 두산, KIA가 원년 때 유니폼을 착용하는 행사를 가끔 갖는다. 롯데는 샌디에이고처럼 현충일 때 군복 스타일 옷을 착용한다.
한편 유니폼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광고’다. 한국은 구단 수익을 위해 유니폼에 광고를 부착하는 것을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한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품위 유지를 위해 이를 엄격히 금지한다. 메이저리그에선 광고는 물론 모자에 글자를 쓰거나 배지 등을 다는 것까지 할 수 없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처벌을 각오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유니폼에 노란 리본을 달기도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원정 짙은 색 유니폼 왜? 예전엔 빨래가 힘들어… 유니폼에 얽힌 사연과 역사
입력 2016-04-22 19:51 수정 2016-04-22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