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집단 탈북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과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 간 대면을 요구하면서 필요하다면 가족들을 서울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랑하는 딸들을 백주에 유인납치당한 가족들은 한시바삐 꿈결에라도 보고 싶은 자식들과 직접 대면시켜줄 것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성명은 “우리는 가족들의 절절한 요구에 따라 판문점 또는 필요하다면 서울까지 보낼 것”이라고 했다. 또 “유인납치 만행으로 끌려간 우리 여성들이 사랑하는 부모를 만나 자기들의 의사를 직접 밝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계속 억류하고 송환하지 않는 경우에는 청와대를 포함해 역적패당에 대한 복수전이 다양한 방법으로 강도 높게 벌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도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 여성들을 집단적으로 유인납치한 만행을 감행한 박근혜 패당의 반민족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전체 조선 청년들의 이름으로 준열히 단죄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귀순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변하려고 여론전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 불안 요소로 비칠 가능성을 차단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측면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들의 집단 귀순은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요구는 본인들의 희망과 자유 의사, 인도적 사안에 대한 국제적 관례를 고려할 때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CNN은 집단 탈북한 종업원 13명과 같은 식당에서 일하다 사건 직후 평양으로 송환됐다는 여종업원 7명과의 인터뷰를 이날 평양발로 보도했다. 해당 식당의 수석종업원이라고 밝힌 최혜영은 “식당 지배인이 3월 중순 모두를 불러놓고 우리 식당이 동남아의 어느 곳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만 사실은 남한으로 탈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적십자회는 지난 1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집단 탈북을 ‘중대 도발’로 규정, 사죄와 송환을 요구한 바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죄 요구하던 북한이 왜… “필요하다면 北 가족들 서울 보낼 것”
입력 2016-04-22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