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현대상선의 용선료(화물선박 대여료) 협상이 잘 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가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유 부총리는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컨대 용선료 협상이 잘 안 되면 그 다음 단계는 정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은 없다.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살릴 수 없는 기업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선주들과 용선료를 낮추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상선을 향해 협상 시한인 이달 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는 채권단 협의에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결정, 모든 채무를 동결하겠다는 경고다. 정부는 채권단의 현장 조사가 진행 중인 한진해운도 그룹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바로 채권단의 관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야권이 제안한 여야정 구조조정협의체 구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에서 “조선, 해운, 일부 철강산업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와 있고, 큰 기업이 도산 위기에 와 있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야권이 참여하는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당과 새누리당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야당이 구조조정을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노동법과 서비스업법이 통과되면 구조조정에 더 힘을 받게 되니 필요한 제안을 하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건설·철강·석유화학과 수출업종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선, 철강 외에도 산업경쟁력 보고서를 만들겠다”며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보고서를 만들어 대기업 경영진, 채권단에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에 맞춰 (산업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기존에 부실 위험 산업으로 꼽힌 조선·철강·해운·건설·석유화학 외에 전자·자동차 등 13개 주력 산업의 경쟁력 수준을 평가하고 공급과잉 등 부실이 현실화되기 전이라도 필요할 경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 구조조정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관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를 올해 처음 개최, 해운·조선 업종의 구조조정 상황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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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현대상선 법정관리 검토
입력 2016-04-21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