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극심한 경영난… 조선·해운 ‘수조원대 적자’ 철강·유화 ‘공급과잉 허덕’
입력 2016-04-21 21:27
글로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침체기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5대 취약 업종으로 지목된 분야의 기업들은 자체 구제안까지 수립하며 위기 탈출에 전력을 쏟아 붓고 있지만 경영난 해소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수조원대 ‘적자의 늪’에 빠진 조선·해운, 감원 현실화=세계시장을 독식해 온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수조원대 적자를 냈다. 해양플랜트 악재와 글로벌 업황 악화, 경영 부실까지 겹쳤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는 작년 총 8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이 동시에 조원대 적자를 낸 것은 지난해가 사상 처음이고 적자 규모 또한 역대 최대다.
해가 바뀌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조선 빅3의 선박 수주는 단 3척에 불과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가 아예 없다. 과거에는 이들 3사에 분기당 40∼50척씩 수주가 몰려 일감을 선별해야 될 정도였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300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규모의 인력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해운업계는 세계적으로 선박 수출입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수년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현대상선은 2011년 3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매년 적자를 내면서 부채 규모가 6조원대에 이른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이 5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최근 실적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흑자를 이어갔지만 4분기에는 188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공급과잉에 허덕이는 철강·석유화학=철강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보다 생산설비가 빠르게 증가한 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급과잉 상태다. 그나마 포스코를 비롯한 대형 철강사들은 자체적인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으로 버티고 있지만 중견·중소 철강사들은 법정관리로 내몰리고 있다. 아주베스틸·파이프라인·한국특수형강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앞서 동부제철·동부메탈·대한금속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석유화학업계도 중국의 생산량 증가로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중국은 그동안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을 의존했지만 현재 자급률이 100%에 육박한다. 이에 2011년 666만t으로 정점을 찍었던 TPA 국내 생산량은 지난해 482만t으로 감소했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의 호조로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9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KCC건설의 이자비용은 121억원이다. 법정관리 중인 동부건설과 경남기업 등 중견사들도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대형사 중에선 삼성엔지니어링과 한화건설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하락 기업 IMF 이후 최다=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업체는 159곳으로 1998년 외환위기 때 171곳 이후 최대치다.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은 26곳에 그쳤다.
기업 신용등급 하락 추세는 2010년 이후 눈에 띄게 가파른 모습이다. 지난해 초 대비 신용등급 변동 성향은 마이너스 11.6%로 전년 마이너스 7.7% 대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워크아웃과 채무조정을 포함한 부도 업체는 13곳으로 연간 부도율은 전년 대비 0.52% 포인트 오른 1.76%를 기록했다.
유성열 김현길 정현수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