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받은 식물국회… 막판까지 태업?

입력 2016-04-22 04:00
국회에 견학을 온 학생들이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평가받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시작된 21일 본회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4·13총선 참패로 여당이 지도부 구성에 혼선을 겪고 있고, 정계 지형 재편에 따른 3당 간 신경전이 심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동희 기자
19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21일 문을 열었지만 입법 성적표는 저조할 전망이다. 마지막까지 최악으로 기록될 처지에 놓인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4·13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에 표심이 호응했지만 19대 국회가 완전히 면죄부를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3당 구도’로 절묘하게 정치 지형을 갈라놓은 민심은 20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묘를 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대 국회는 여야의 정쟁이 반복되면서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안 가결률은 17, 18대 국회에서 각각 50.4%, 44.4%였다가 19대에서 40.0%로 낮아졌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세월호 참사, 공무원연금 개혁,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선거구 획정 등을 둘러싼 당리당략에만 몰입하다가 정작 중요한 법안 처리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 협상에서 합의됐던 사안은 백지화되기 일쑤였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협상 재량권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5월 국회법 개정 파동이었다.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려고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 요구를 받아들였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원내 지도부는 2014년 새누리당과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 반발에 밀려 합의안을 파기시키곤 했다. 지난 1월 더민주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키로 합의했다가 본회의를 열기로 한 당일 입장을 뒤집은 바 있다.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입법 전략과 야당의 강경 노선 외에도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쟁점법안 처리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법안 한 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500일 넘게 걸릴 정도로 ‘입법 효율성’이 저조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무조건 입법이 무산 또는 지연됐다는 이유로 국회선진화법 탓만 해선 안 된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고 발목을 잡는 것은 이전 국회에서도 늘 있었던 일”이라며 “당 지도부가 제도 탓만 하면서 야당을 끈질기게 설득하려는 노력에 소홀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비롯한 폭력국회 모습이 사라진 점은 물론 국회선진화법의 큰 성과다. 따라서 국회선진화법을 전면 개정하기보다 상임위 소속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신속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국회선진화법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의 의미는 어떻게든 타협하고 접점을 찾아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