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범은 왜 모두 남자일까

입력 2016-04-21 17:49
콜럼바인 총기난사사건을 소재로 만든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 포스터.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에릭 해리스(당시 18세)와 딜런 클리볼드(당시 17세)가 쏜 총탄 900발에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 두 학생은 도서관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선 총기허용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이 사건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을 만들었다. 사회적·구조적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지만 대형 총기난사 사건은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17주기를 맞아 심리학자 피터 랭맨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은 무너진 남성성을 복원하려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랭맨은 해리스의 어린 시절을 유심히 살폈다. 해리스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에 장애가 있었고 고교 입학 전 흉부 기형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군인을 꿈꿨다. 이때부터 총은 남성성의 상징이 됐다. 해리스는 범행 전 “총을 들었을 때 신이 된 것처럼 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는 글을 남겼다. WP는 “스스로 벌레 같다고 느꼈던 해리스가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랭맨은 2014년 5월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 대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예로 들었다. 가해자 엘리엇 로저(당시 22세)는 6명을 사살하고 자살했다. 그는 범행 전 SNS를 통해 “또래 친구들이 여는 파티에 참석한 적이 없고 첫 키스는커녕 여자와 손도 못 잡아봤다”고 비관했다. 이후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