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한 해운사 ‘잔인한 5월’ 될 가능성

입력 2016-04-22 04:00



“현대상선을 콕 집어서 얘기한 건 아니다. 용선료 협상을 4월에 하고 있는데 이게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 되면 법정관리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기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유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을 지목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맞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속도감 있게 구조조정을 이행하겠다며 해운사를 언급했다.

유 부총리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해운이 기업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운명의 5월=현대상선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채권단과 정부는 7월까지 사채권자들의 채무만기 연장과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을 경우 ‘조건부 자율협약’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급한 것은 용선료 협상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시간은 이달 말까지다. 늦어도 다음 달 용선료 협상을 끝내야 6월 중 사채권자와 채무조정을 하고 7월에 채권단의 채무조정 후 출자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대상선이 배 주인들과 용선료 협상에 나서야 하지만 선주들 간 이해관계가 달라 설득이 쉽지 않다.

현재 현대상선은 그리스, 영국 등 유럽의 선주들에게 총 91척을 빌린 상태다. 호황기 때 비싼 값에 배를 빌린 탓에 매월 용선료로 1조원을 주고 있다. 채권단은 선주들과 협상해 30∼40% 낮추라고 요구했다.

해운사들이 용선료 외에 신경을 쓰는 것은 글로벌 얼라이언스(해운 연합체)다. 전 세계 대부분의 화물을 전담하는 16개 선사는 연합체를 구성해 선박을 공유하고 있다. 가령 부산에서 미국으로 화물을 보낼 경우 현대상선 등 6개 선사가 속한 연합체 G6는 선박을 함께 쓴다. 총 4개 중 3개 연합체의 협정기한이 내년이면 끝나 최근 연합체들의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다. 20일 중국의 COSCO는 상하이에서 새로운 해운연합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해운 전문가는 “우리나라 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연합체 구성에서 불리한 위치”라고 말했다.

◇해운, 기업 구조조정 신호탄 될까=현대상선의 처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현대상선의 처리 결과에 따라 한진해운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날 유 부총리의 발언을 보면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자구노력이 안 되는 업종에는 강한 액션을 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업종과 관계있는 부처들의 딴지에도 제동을 걸었다. 해양수산부는 “수출국인 한국에 국적선사 2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유 부총리 의견에 반대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이에 유 부총리는 “무슨 일 있어도 2개는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정부의 칼끝은 해운에 이어 조선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조선’과 관련, “작년에 자금을 투입했는데도 1분기 수주가 없다.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