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회를 가다] 성도들 응원·교회 지원 있어 자부심·성취감 쑥쑥

입력 2016-04-21 19:16
발달장애인들이 서울 강남구 언주로 소망제이앤피 보호작업장에서 냉장고용 자석 등을 만들고 있다(위쪽).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소망교회 제1교육관 소망베이커리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제빵 작업을 위해 밀가루로 반죽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강남구 언주로 소망제이앤피 보호작업장. 지난 19일 오전 찾은 이곳에서는 20여명의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이 조립포장팀 방향제생산팀 등으로 나뉘어 만들고 있는 것은 냉장고용 자석과 뽀로로 스티커, 석고 방향제 등이었다. 숙달됐는지 작업 속도는 빨랐다.

이곳은 서울 소망교회(김지철 목사)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소망복지재단이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2007년 조성했다. 장애인들 중에는 30대 이상으로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조립포장팀 하소안(41·여)씨는 “작업이 끝났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커피를 타줬다. 방향제생산팀 김지원(27)씨는 “처음 스티커 작업을 할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월급 받을 때가 제일 뿌듯하다”며 빙그레 웃었다.

이곳에선 작업 외에 위생이나 돈 관리, 재해예방, 성 등의 교육도 하고 있다. 담당 교사인 김현주씨는 “작업량이 많아져 바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이튿날 90% 이상이 일찍 출근해 깜짝 놀랐다”며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 내적으로 점점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업장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 교육관 1층 ‘소망베이커리’에선 한창 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발달장애인 8명이 제빵사들의 지도 아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소망베이커리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기술 습득을 위한 훈련을 시킨다. 5년 동안 훈련을 받으면 제빵사로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다. 베이커리 운영위원장 민병희 권사는 “제빵사들이 매일 장애인의 부모들과 상담할 정도로 다각도로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소망복지재단 이사 이사무엘 목사는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하면 이들을 24시간 돌봤던 부모님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며 “장애인들도 일을 하면서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모습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작업시설은 주요 교회들이 설립한 재단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사랑의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사랑의 일터’에선 40여명의 발달·자폐성 장애인이 베이커리와 단순 포장을 하는 작업장에서 일한다. 이곳 베이커리는 교회뿐 아니라 군부대 등 외부에서도 주문이 많아 매출이 좋은 편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지구촌교회(진재혁 목사)의 지구촌보호작업장 역시 빵과 쌀과자를 만드는 직업 재활장이다. 2010년 개소한 이곳에는 중증 장애인 40명이 일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남서울은혜교회(박완철 목사) 장애인부서인 밀알부는 교회가 설립한 밀알복지재단의 직업재활시설 굿윌스토어와 연계해 장애인을 취업시킨다. 현재 6개의 굿윌스토어에 40명의 장애인이 일한다.

이들 교회가 장애인 자활사역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은 교회학교에 장애인 부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서울은혜교회는 장애별로 사역 부서가 8개나 된다. 소망교회 소망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최초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만든 부서다. 이들 교회는 주일뿐 아니라 장애인을 섬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복지재단 등을 설립했고 이후 작업장도 자연스럽게 설립했다. 복지재단의 프로그램과 작업장 등은 지역 장애인들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

장애인 자활 사역은 장애인 사역에 대한 성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교회는 작업장에서 생산된 물품을 적극 구입했고 이는 사업장의 안정적 수입원이 됐다. 봉사자들의 헌신도 한몫 했다.

사랑의교회 장애인선교부 남동우 목사는 “일터가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데엔 성도의 관심과 이해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남서울은혜교회 장애사역위원회 유은식 지도목사는 “교회가 장애인 사역을 어려워하는 것은 장애인과 우리의 삶이 별개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장애를 이질적으로 느끼지 않는 마음을 성도들이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양민경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