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현장검증’을 한다. 실생활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때 일어나는 유해물질의 공기 중 농도 변화,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피해자 집 2곳을 소개받아 현장검증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모임’ 등에 협조를 구했다. 지난 1월 전담수사팀이 피해자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현장검증을 할 장소를 물색해 왔지만 그동안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실험실과 같은 통제된 환경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상황을 가정해 피해 정도를 확인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통제된 환경’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 실험을 했다. 검찰은 이 결과를 분석해 폐 손상과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현장검증에선 폐 손상을 일으킨 핵심물질로 지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공기 중에서 어떻게 농도 변화를 일으키는지, 체내에 축적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검찰은 피해자 상당수가 외부 환기를 꺼리는 봄과 겨울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따른 공기 질 악화가 실험실보다 가정에서 훨씬 심각했을 것으로 본다.
이번 사건의 주범 격인 옥시는 호서대 연구팀에 의뢰해 옥시 직원의 아파트에서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뒤 ‘별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실제 환경과 다른 빈방에서 실험이 이뤄졌고, 해당 직원이 방을 수시로 환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또 검찰은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5일 전문의, 과학자 등 외부인사 10여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전문가위에선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옥시가 서울대와 호서대에 의뢰한 자체 실험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이 없다는 의견을 제출하자 이를 재반박한 것이다.
검찰은 옥시 측이 제출한 보고서가 왜곡됐을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해성을 감지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대응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된 대책을 논의한 각종 내부회의 자료, 이메일 등을 확보했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장 검증한다
입력 2016-04-21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