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했으니 대출금리 깎아달라” 2금융권 인하 혜택자 20% 늘었다

입력 2016-04-22 04:00

회사원 A씨는 한 상호금융조합에서 연 4.5% 이자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사원에서 팀장으로 승진했고 월급도 올랐다. A씨는 상호금융조합 영업점을 방문해 “대출금리를 내려 달라”고 신청했다.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등 자료를 제출했고, 조합 심사를 거쳐 이자를 4.0%로 깎을 수 있었다.

A씨처럼 금리인하요구권을 사용해 이자를 할인받는 대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상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자 12만7000여명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이용해 금리 혜택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전년에 혜택을 받은 10만5000여명보다 약 20% 늘었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는 모두 16조6000억원이었다.

◇승진했으면 금리 혜택까지=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받은 후 취업·승진을 해 신용등급이 개선된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전문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부채가 감소한 경우에도 가능하다. 소비자의 신용 상태가 좋아진 만큼 금리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제도다.

대출자들은 각 금융회사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금리인하를 신청할 수 있다. 방문 시 신용 상태가 개선됐다는 사실을 증빙서류로 제출하면 금융회사가 이를 심사한다. 구체적인 수용 기준 등은 금융회사들이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재무 상황이 좋아졌거나 특허를 취득하는 등 개선 사유가 있다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제도는 2002년 도입됐지만 홍보 부족으로 아직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다. 특히 제2금융권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기준 내부 규칙에 제도 자체를 명시하지 않은 제2금융권 업체가 전체의 40%나 됐다. 제1금융권인 은행은 애초 대출금리가 낮고, 금리인하 폭도 높지 않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금융권의 제도 활성화가 시급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기준 전체 2금융권 회사 159곳 중 95%가 내규 반영을 완료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8월부터 제2금융권 제도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 결과다.

◇전체 대출액에 비하면 ‘미미’=아직은 제2금융권 대출도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가계와 기업은 제2금융권에서 모두 636조원을 대출받았다. 이 가운데 금리가 낮춰진 금액은 겨우 2.5%다. 금리인하요구권에 강제성이나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금융회사들이 연체 내역에 가중치를 더 두는 식으로 금리인하를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은 대출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요건 등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금리를 내려주는 시스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자가 금융회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한다는 게 기존 정서상 쉽지는 않지만 갈수록 이 제도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회사도 예전처럼 갑질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나고 있어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신용도가 좋은 고객과 장기간 거래할 수 있다면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