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을 다룰 때 빛난 ‘노르웨이의 품격’

입력 2016-04-21 19:19

2011년 폭탄테러와 총기난사로 77명을 살해한 노르웨이의 신나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사진)는 방이 세 개이고 창문도 있는 감방에서 생활한다. 러닝머신, 냉장고, 텔레비전은 물론 DVD 플레이어와 비디오 게임기도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수감자 기준으로도 ‘호화판(luxurious)’으로 보인다고 소개했을 정도다. 하지만 노르웨이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노르웨이 정부가 브레이비크를 장기간 독방에서 생활토록 해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브레이비크는 지난달 법정진술에서 “모든 수감자와 사실상 접촉할 수 없으며 간수들이 빈번하게 알몸수색 및 감방수색을 했다”며 “이는 고문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오슬로 지방법원은 20일(현지시간) “사법 당국이 비인간적이고 모멸적인 대우를 금지한 유럽인권보호조약(ECHR)을 위반했다”면서 “브레이비크의 고립 상태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그러면서 “비인간적이고 모멸적 대우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가치이며 테러범이나 살인자에게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르웨이 정부가 브레이비크에게 소송비용 33만 크로네(약 4610만원)를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정부 측 변호인은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항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판결에 많은 사람이 격분했다. 노르웨이 노동당 정치자문관 실예 그리텐은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비외른 일러르는 AP통신에 “노르웨이 제도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