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끝나면 아이들이 서로 안기려 해요. 용기 있고 활달한 아이는 먼저 달려오지만 수줍은 아이는 뒤에서 맴돌지요. 항상 그런 아이를 더 꼭 안아줍니다. 아이도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하고 인사합니다.”
수도권과 강원권에서 활동하는 황복례(69) 이야기할머니는 아이들과 만나는 매주 월·화·목요일이 기다려진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열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서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한국국학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이 무릎교육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 1월 전국 만 56∼70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제8기 이야기할머니 선발 모집’에 2068명이 지원해 평균 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사업은 농촌보다 도시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 이야기할머니 모집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서울지역이다. 12명 모집에 546명이 지원해 무려 45.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대구지역이 12명 모집에 229명이 지원해 19.1대 1, 대전 17.6대 1, 인천 15대 1 등의 순이다.
국학진흥원은 교통이 발달한 대도시에서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쉽고 도시 여성들의 여가시간이 농촌보다 여유로운 점 등으로 대도시 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국학진흥원은 24일 경북권을 시작으로 전국 6개 권역에서 ‘제8기 이야기할머니’ 선발을 위한 면접심사를 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손주를 무릎에 앉혀 이야기를 들려주던 조상들의 무릎교육 전통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할머니가 직접 유아교육 기관에 방문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유아들의 인성 함양은 물론 전통문화 전승과 세대 간 소통을 도모하는 사업으로 2009년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8년 동안 사업이 전국 규모로 성장했고 총 2406명의 이야기할머니가 전국 6629개 유아교육 기관을 방문해 42만명의 아이들에게 우리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할머니로 선발되면 국학진흥원에서 2박3일 과정의 신규교육과 매월 한 차례 권역별로 진행하는 월례교육 등 연간 70여 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거주지 유아교육 기관에서 활동하게 된다.
보수는 없고 교통비와 식사비 등 명목으로 하루 3만5000원 정도를 지급받고 있지만 무릎교육을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는 이야기할머니들의 자부심만은 대단하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아이들 인성 우리가 책임질게” 할머니들 ‘무릎’서 곧아지는 교육
입력 2016-04-21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