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탁재훈, 배우 최민수 이병헌, 그리고 방송인 노홍철 김용만 강호동, 가수 이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복귀한 연예인들이다. 지난날의 과오를 밀어내고 다시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고, 여전히 방황하는 이들도 있다.
‘물의 연예인’에게 성공적인 복귀 요인은 뭘까. 결국 ‘실력’이 가장 큰 무기다. ‘오랜 자숙 기간’도 중요하다. 이 둘을 다 갖췄다면 대중의 마음은 움직이게 마련이다.
탁재훈은 녹슬지 않은 실력과 오랜 자숙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다. 불법 도박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탁재훈은 약 3년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지난달 Mnet ‘음악의 신2’로 복귀했다. 케이블 방송에서 시동을 거는 건 일반적인 복귀 수순이다. 실력, 평판, 이미지에 대해 ‘간’을 본 뒤 지상파 방송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탁재훈은 지난 20일 MBC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지상파 방송에 얼굴을 비쳤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탁재훈의 녹슬지 않은 예능 감각은 라디오스타와 잘 맞아떨어졌다. 다소 장난처럼 사과하는 듯한 모습에 대해 비판도 있으나 탁재훈 정도면 일단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의를 빚었던 방송인이 지상파 방송에서 호평받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확실히 자리 잡기 전까지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가 탁재훈에게는 중요한 일이 됐다.
실력으로 재기한 대표적 사례는 이병헌과 최민수다. 이병헌은 성추문으로 수많은 팬들을 등 돌리게 했다. 하지만 영화 ‘내부자들’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안티팬들을 돌려놨다. 성추문이 잊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병헌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폭행으로 수차례 물의를 일으켰던 최민수는 최근 SBS 드라마 ‘대박’으로 다시금 대박을 치고 있다. 팩션 사극 ‘대박’에서 최민수는 카리스마 넘치는 숙종을 표현해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극에서 숙종은 우유부단하고 부드러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최민수는 ‘상남자’ 숙종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숨 쉴 틈 없이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실력과 자숙기간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방송에서 다시 자리 잡는 게 쉽지 않다. 음주운전으로 방송을 떠났던 노홍철은 짧은 반성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너무 금방 나왔다’는 비판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tvN ‘내 방의 품격’과 ‘길바닥쇼’는 노홍철의 살아있는 예능감을 확인시켜줬지만 두 방송 모두 최근 종영했다. 방송된 지 2∼4개월 만이다.
불법 도박으로 3년간 방송을 떠났던 김용만은 예전 같지 않은 실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의 방송을 보면 빠르게 바뀌는 예능 판도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방송마다 조기 종영의 아픔을 겪고 있다.
탈세 물의를 빚었던 강호동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방송을 접기 전 유재석과 함께 최고의 MC로 거론됐던 시절로는 아직 돌아가지 못했다. 강호동 스스로도 “위축돼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각종 막말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던 장동민은 전혀 자숙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 안티팬을 대거 양산하더니 최근 ‘한부모 가정 비하’로 여러 방송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미성년 성매매 혐의로 방송을 떠났던 가수 이수는 여전히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남았다. 최근 뮤지컬 ‘모차르트!’에 캐스팅됐으나 뮤지컬 팬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닥쳐 결국 하차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사고는 쳤지만… 복귀 연예인 성적표 ‘극과 극’
입력 2016-04-22 04:00